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8일째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 산불 진화 현장에서 사투 중인 소방관들의 모습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6일 한 소방관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너무 힘들다. 어떻게 24시간을 버티는지”라며 “동료 반장님과 거의 탈진 상태, 산불을 끄려는 소방관들의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소방관은 야외 주차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방화복 상의를 벗고 얼굴을 감싼 채 누워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방화복을 입은 채 불편한 자세로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있는 소방관의 모습이 담겼다. 지친 표정과 그을린 자국이 그들의 노고를 실감케 했다.
이어 현직 소방관인 백경(필명) 작가는 지난 27일 자신의 X에 “친한 동료가 산불 지원을 다녀온 뒤에 ‘나 순직할 뻔했어’라고 하길래 농담하는 줄 알았다. 차 구워진 거 보고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며 불길에 그을린 소방차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는 “비가 내리고 불이 잡히면 친구를 집에 불러야겠다”며 “살아줘서 고맙단 말은 간지러우니 돼지고기나 실컷 구워서 먹여야겠다”고 덧붙였다.
백경의 글은 X에서 약 7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제발 몸조심하시라”, “다들 너무 고생이 많다. 하루빨리 산불이 진화돼 모두에게 안정이 찾아오길 바란다”, “소방공무원 처우 좀 개선해드리면 좋겠다” 등 걱정의 반응을 보였다.

또 지난 25일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는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의 부실한 도시락 사진 사진이 게시돼 화제가 됐다. 방화복을 입고 마룻바닥에 앉은 소방대원의 일회용 식기에는 밥을 말아 넣은 미역국, 김치 몇 조각과 콩자반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열악한 처우 속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접한 일부 시민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경북 의성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30대 여성은 “밤낮으로 고생 중인 소방대원님들 잠시라도 눈 붙일 곳 필요하시면 건물은 그대로니 오셔서 쉬어가시라”라는 글과 함께 자신이 준비한 컵밥과 라면, 침구류의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시민들 사이에선 산불 피해 지원 기부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같이가치에서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모금 캠페인에 16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동참, 총 86억원 이상이 모였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SNS에 기부 인증을 이어가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편,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성묘객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한 후 일주일째인 28일 산림 4만8150㏊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경북에서 주택 2221채와 공장 3동, 창고 68동 등을 비롯해 총 2412곳의 시설물 피해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철우 경북지사는 “산불 피해 지역인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 주민 27만여명에게 긴급재난지원금 3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