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15일 미국 에너지부(DOE)의 한국에 대한 ‘민감국가’ 지정 효력이 발효된 것과 관련해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에 등재했고, 이달 15일부터 발효된다.
정부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15일 0시를 기해 발효한 사실을 비공개로 확인했다. 지난 번 기술적인 보안 이유로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 추가로 다른 지정 이유를 미 관계당국으로부터 통보 받지 못했다고 한다.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지난 달 20일 미 에너지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절차에 따라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관계부처와 함께 미 에너지부와 국장급 실무협의 등 적극적인 교섭을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본 사안은 미측 내부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민감국가 지정 해제는 미측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양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에서 미 에너지부측은 민감국가 지정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추진하는 한미 연구개발(R&D)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하였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적 있었지만, 지금은 민감국가 리스트에 등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에너지부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리스트이기 때문에 어떤 국가가 무슨 사유로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이 됐는지, 지정 해제된 사례가 있을 경우에 또 역시 어떠한 이유로 해제가 됐고 그 기간이 얼마나 걸렸는지에 대해서 확인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우리나라가 과거에 지정국가로 지정된 전례가 한 차례 있었고 미국과 협의를 거쳐 해제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측과 협의를 지속해서 조속히 해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민감국가 리스트 등재가 확인된 것은 1986년 1월~1987년 9월, 1993년 1월~1996년 6월 두 차례로,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1988년 보고서에는 1986년 1월~1987년 9월 DOE 로스앨러모스 등 핵무기 관련 연구소 방문객 통계에도 한국은 SCL에 올라와 있고, 1996년 GAO 보고서의 1993년 1월~1996년 6월 통계에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두 차례 모두 한국 내에서 핵무장론이 불거졌던 시기와도 겹친다.
외교부가 최근 공개한 비밀해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93년 12월 당시 한국 외무부 회의에서 과학기술처는 미 에너지부가 1981년부터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한 내부 규정을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는 1981년 1월 5일 최초 시행 때부터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민감국가 첫 지정 시기는 1981년, 해제 시점은 1994년으로 10년 이상 민감국가 목록에 한국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당국자는 “정책적인 사유가 아니고 기술적인, 보안적인 이유로 (리스트에)포함됐다고 알고 있다. 미국 측이 설명했고 저희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 입장은 (민감국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할 수 있도록 미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15일부로 민감국가로 분류된 데 따른 제한 조치로 한국 출신 연구자는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기 최소 45일 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법은 민감국가에 속한 국가의 시민 또는 대리인이 미국 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연구소에 출입할 경우 사전 신원조회를 완료하지 않으면 에너지부장관이 출입을 승인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소속 연구자가 한국을 방문 또는 접촉할 때도 추가 보안 절차가 적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 차질에 대해 “외교부 뿐만 아니고 해당 연구소 그리고 다른 관계 부처에서도 계속 모니터링도 하고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어떤 영향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