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폭발이 발생해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한 가운데,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피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의 로켓 오발로 발생한 폭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가자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알아흘리 아랍침례병원에선 이날 폭발이 발생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으며, 이번 폭발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살라마 마루프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알아흘리 병원을 폭격함으로써 자행한 새로운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며, 병원에 환자와 부상자 등 수백명이 있었다고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은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며,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성명을 내 “이번 공격은 냉혈한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은 자세한 정보가 아직 없다면서도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로 인한 폭발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자체 시스템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이 해당 지점에 발포하지 않았으며, 이슬라믹 지하드가 이스라엘 북부 또는 중부로 발사한 로켓 중 최소 한 발이 오발돼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이 잔인한 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우린 예배당이나 공공시설, 특히 병원을 군사시설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제사회는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에 무게를 두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폭발 발생 직후 성명을 내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으며, 이란 외무부도 “야만적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카타르 외무부도 “이스라엘 공격이 병원, 학교, 기타 인구 밀집 지역으로 확대되는 건 위험하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18일 스푸트니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병원 폭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를 입증하기 위한 위성 사진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국제법은 모든 경우에 존중돼야 하며, 병원을 타격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알아흘리 병원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하마스의 공격이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집단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의 책임을 물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손실에 대해 분노하며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하면서도, 책임 소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과 관련 없다고 매우 단호히 부인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폭발과 관련해 어떤 책임 소재에도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