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를 출시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이 포함된 기기를 중심으로 한 테크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시대가 시작됐다고 31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조명했다.
새로운 기술을 열망하는 소비자들의 갈망, 과거보다 장치 개발이 덜 까다롭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AI 기반 웨어러블 하드웨어들이 새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비전프로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 초기 리뷰어들은 두통을 유발하며, 배터리 수명이 2시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가격도 3499달러(약 463만원)로 상당히 비싸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프로의 사전 주문량은 약 20만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올해 애플이 예상한 판매량의 약 40%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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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e Vision Pro News (@AppleVisionPro) February 2, 2024
AI 기반으로 새로운 하드웨어 물결
비전프로와 같은 하드웨어는 점차 기술업계의 트렌드가 돼 왔다.
지난해 9월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와 안경 브랜드 레이밴(Ray-Ban)이 함께 만든 스마트글래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안경은 음성으로 제어되며 음악 재생, 문자 전송, 사진 촬영 등을 할 수 있다. 두 달 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애플 전 임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이 음성과 몸짓으로 작동하는 브로치 핀(Pin)을 출시했다. 이달 초 스타트업 래빗(Rabbit)이 출시한 음성 제어 단말기 알원(r1)은 약 10만개가 팔렸다.
이 모든 기기들의 공통점은 화면,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덕분에 컴퓨터는 듣고, 읽고, 보고, 이해하는 것이 쉬워졌다. 특히 이는 터치가 아닌 음성, 동작, 이미지로 하드웨어가 제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AI가 새로운 폼팩터(형태)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미 실리콘밸리는 이같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필수기기가 돼 버린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새로운 하드웨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AI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있으면 새로운 하드웨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소비자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기에 흥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오래된 기기가 이제 더 이상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리서치사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판매량은 12억 대로, 전년 대비 3%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PC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지난해 전년 대비 15% 감소한 2억42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의 경우 중고기기 같은 대안을 찾고 있다는 점도 있다.
비전프로는 스마트폰 등 오래된 기기가 제공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더욱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를테면 AI는 기기 사용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개인화 하며, 사용자가 음성만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이전 작업을 학습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적응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사람에게 적응하는 개념이다.
비전프로와 같은 기기는 개발·제조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새 트렌드 확산의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VC) 회사 이클립스(Eclipse)의 리오르 수잔은 10년 전만 해도 하이테크위젯(high-tech widget·첨단소형장치)을 만들려면 수백 명의 직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 10명의 직원만으로도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초기모델은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형화될 수 있으며, 프로토타입용 부품을 만들기 위해 산업용 기계를 구입하는 대신 3D프린팅 회사에 주문하는 식이다. 폭스콘과 같은 대형 위탁 생산 업체들도 이제는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만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