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태생 영국 배우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의 줄리엣을 통해 전 세계적 팬덤을 구축한 올리비아 핫세가 별세했다. 향년 73
27일 핫세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12월27일 올리비아 핫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떠난 소식을 전하게 됐다.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핫세 측은 “따뜻함, 지혜, 그리고 순수한 친절함으로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감동을 준 놀라운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사망 원인은 암이다. 2008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2018년에 재발했다고 미국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전했다.
1951년 4월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핫세는 7세 때 런던으로 이주했다. 이탈리아 콘티 아카데미 드라마 학교에서 공부했다. 1964년 TV 영화 ‘더 크런치’로 데뷔했다.
런던 웨스트엔드 연극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에 출연했다가 줄리엣 역을 찾던 이탈리아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의 눈에 띄었다.
제피렐리 감독은 곧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에 핫세를 캐스팅했다. 그녀는 이 역을 통해 청순하고 우아함을 뽐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핫세는 줄리엣 이미지의 전형을 만든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지 않았다. 핫세와 로미오 역의 레너드 위팅이 영화 속 베드신의 나체 장면이 사전 고지 없이 촬영됐었다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 2022년 말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기각됐다. 해당 영화는 허시와 위팅이 각각 15세와 16세 때 촬영됐다. 제피렐리 감독은 2019년 별세해 두 사람의 소송에 답 자체가 불가했다.
1968년 3월 ‘로미오와 줄리엣’ 개봉 당시 누드 장면은 큰 화제였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 아카데미 상 4개 부문 후보에올랐고 촬영상과 의상상을 받았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선 핫세와 위팅 두 사람 모두 연기상을 수상했다.
핫세는 1971년 배우 딘 마틴의 아들인 가수 딘 폴 마틴과 결혼했다. 아들을 뒀으나, 1978년 이혼했다. 1980년 일본 가수 후세 아키라와 재혼했지만 또 아들을 낳고 1989년 이혼했다.
1991년 미국 가수 데이비드 아이슬리와 세 번째 결혼해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인디아 아이슬리를 낳았다. 아이슬리는 차은우 솔로곡 ‘스테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핫세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상징적 공포 영화 중 하나인 ‘블랙 크리스마스’에도 출연했다. 이 영화는 슬래셔 장르의 선구자 격으로 알려졌다. 핫세는 또한 피터 유스티노프가 탐정 ‘에르퀼 푸아로’ 역을 맡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나일강의 죽음’을 각색한 동명 영화(1978)에도 출연했다.
TV 영화 ‘사이코 4: 더 비기닝’에도 등장했다. 또한 ‘스타 워즈: 로그 스쿼드론(Star Wars: Rogue Squadron)’과 ‘스타 워즈: 디 올드 리퍼블릭(Star Wars: The Old Republic)’ 같은 비디오 게임에서 성우로도 활동했다. 2015년 영화 ‘관종’ 이후 작품 활동이 끊겼다.
핫세 측은 “올리비아는 자녀인 알렉스, 맥스, 인디아, 35년 동안 함께한 남편과 영원히 간직할 사랑의 유산을 남겼다. 그녀가 우리 삶과 영화계에 미친 영향을 기억한다. 어려운 시기에 많은 관심과 기도에 감사드린다. 다만 사생활 보호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세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 영화 팬들은 핫세를 기억하고 나섰다. 특히 “당신은 우리들의 영원한 줄리엣”이라는 애도가 주로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