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팝 듀오 ‘왬!(Wham!)’의 대표곡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새 역사를 썼다.
22일(현지시간)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 최신 차트(22~28일)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발표 39년 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넘버원’ 곡이 됐다.
이전에도 해당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으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피셜 차트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싱글 차트 1위 곡에 대해 ‘크리스마스 넘버원’ 타이틀을 붙여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1984년 발표됐다. 발표 당시에도 인기를 누렸으나 당시엔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왬!의 마지막 앨범인 3집 ‘뮤직 프롬 더 에지 오브 헤븐(Music From The Edge Of Heaven)'(1986)에도 실렸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다른 캐럴들과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마다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대표 곡이 됐다. 그러다 발표 약 37년 만인 2021년 1월 1~7일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엔 최고 순위 2위를 찍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엔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크리스마스 넘버 1위는 유튜버 듀오 ‘라드 베이비’의 ‘푸드 에이드(food aid)’였다. 그러다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올해 8~14일자 1위 포함 3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면서 크리스마스 넘버원이라는 기록까지 거머쥐게 됐다.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크리스마스 넘버원을 향한 가장 긴 여정을 보낸 곡은 미국 R&B 솔 가수 재키 윌슨의 ‘리트 페티트(Reet Petite)’다. 이 곡은 출시 이후 29년이 지난 1986년에 크리스마스 넘버원을 기록했다.
왬!은 절친한 친구였던 조지 마이클(1963~2016)과 앤드루 리즐리(60)가 1981년 결성했다. 이듬해 앨범 ‘판타스틱(Fantastic)으로 데뷔했다. 이 앨범은 인기를 누렸지만 그 영향은 자국 내 머물러 있었다. 1984년 2집 ‘메이크 잇 빅(Make It Big)’을 통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국제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통통 튀면서도 부드러운 멜로디에 위트가 넘치는 팝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고(Wake Me Up Before You Go-Go)’와 초반 끈적한 색소폰 소리가 귓가를 감는 ‘케어리스 위스퍼(Careless Whisper)’가 큰 인기를 누렸다.
왬!은 당시 MTV 부상과 함께 떠오른 ‘뉴 로맨틱’ 그룹의 선두주자였다. 화려한 외모를 앞세운 이 장르에 속한 팀으로는 왬!과 함께 ‘듀란듀란’, ‘컬처클럽’, ‘스팬도 발레’ 등이 있다. 이른바 ‘비디오형 스타’였다. 특히 마이클은 그 중에서 곱상한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이들을 다룬 다큐 ‘왬!’이 공개됐다.
리즐리는 오피셜 차트에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드디어 늘 목표였던 크리스마스 넘버원이 됐다”면서 “조지는 크리스마스 넘버1을 겨냥해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썼다고 말했다. 마침내 임무가 완수됐다”고 말했다.
최근 음원 스트리밍의 영향으로 예전에 발표한 캐럴들이 연말 음원차트에서 정상에 오르는 건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미국 컨트리 대모 브렌다 리(78)의 캐럴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는 발매 65년 만에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라 화제가 됐다. 국내에선 한류 그룹 ‘엑소(EXO)’가 지난 2013년 12월 발매한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 수록곡 ‘첫눈’이 최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이들 음악이 배경음악이나 챌린지 음악으로 사용된 점도 역주행 비결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