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영국 더타임스는 한국의 위계적 문화와 연관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와 맞물려 일어났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더타임스는 29일(현지시각) ‘항공 재난은 한국이 겪은 끔찍한 해의 절정을 나타낸다’라는 제하 기사를 통해 한국의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사회구조가 과거 사고와 연관성이 있었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매체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여러 차례의 항공기 추락 사고 뒤로 한국 조종사 훈련은 기장이 저지르는 실수를 부기장이 바로 잡지 못하도록 만드는 권위 앞에서의 침묵 문화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변경됐다”면서 “그러나 10년 전인 2014년 4월 인천과 제주를 오가던 여객선(세월호)이 침몰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뒤에도 비슷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여객기 사고 때에 부기장이 기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변화가 있었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같은 요소가 인재(人災)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되짚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번 항공 사고는 한때 안전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한국 항공사가 제도적인 변화를 통해 안전에 대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시점에 발생했다”며 “한국의 성공 이면에는 불확실성과 관련한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는 활기차지만 재벌로 알려진 소수의 거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학생은 혹사당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험 점수에 걸맞게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나타난다.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사회 구조는 특히 여성 학대 부문에서 점차 책임이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의 한국 사회 문제를 이 같은 문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지만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연결고리가 있었다”고 짚었다.
아울러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추락 사고는 기이한 사고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겪은 끔찍한 해의 정점으로 표시되고 아시아의 기적으로 칭송받는 대한민국 안팎에서 더 많은 성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썼다.
아울러 윤 대통령 탄핵 정국과 연관성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더타임스는 “이번 재난은 올해까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한국 정치 체제가 대통령과 그의 임시 후임자(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당하면서 고발과 맞고발이 난무하는 혼란 속에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진 시점에 발생했다”라며 “두 위기의 공통점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위기는 되풀이될 수 있지만 한국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29일 오전 9시3분께 공항 착륙 도중 랜딩기어(바퀴 등 착륙장치)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여객기는 충돌 직후 산산조각 난 뒤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모두 181명이 탑승했다. 태국인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전원이 한국인으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