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 중간선거 결과 뉴욕시 한 지역구에서 당선한 조지 샌토스 공화당 하원의원의 경력 대부분이 가짜로 밝혀져 미국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경력이 허위였음을 인정한 샌토스 의원은 올 해 새로 개원한 미 하원에 출석했으나 다른 의원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신세다.
뉴욕타임스)는 4일 샌토스 의원이 밝힌 여러 경력 가운데 자신의 혈통이 유태인이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필자는 유태인으로 유태교 전문 종교학자 겸 언론인 마크 오펜하이머다.
이름 빼놓고 모든 것이 가짜라는 샌토스 의원이 유태인 혈통이라고 주장한 대목이 흥미롭다. 가톨릭교도인 조부모가 홀로코스트를 피해 브라질로 도피했다고 주장했다가 들통이 나자 “유태인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으며 유태인스럽다고만 했다”고 했단다.
샌토스 말고도 유태인 신분을 활용해 득을 보는 정치인들은 많다. 왜 그럴까? 지금 반 유태인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국 여러 곳의 유태교 회당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유태교 신도들에 대한 공격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자신이 유태인임을 공개한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나치가 발행하는 신문을 구독하는 유태인에 관한 농담이 떠오른다. 이유를 묻자 유태인 신문은 유태인이 박해당하는 뉴스만 싣기 때문이라고 답했단다. “데어 스튀르머(Der Strumer·나치 신문의 이름)을 읽으면 우리가 은행, 언론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한다”고 말이다.
샌토스 의원이 자신의 선거용 경력에 “자랑스러운 미국 유태인”이라고 쓴 것도 비슷한 생각 때문 아니었을까. 유태인이라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As we approach the first night of Hanukkah this Sunday night, the @RJC and leaders in the Republican Party want to wish you a very Happy Hanukkah! pic.twitter.com/yRhVzsARtQ
— RJC (@RJC) December 16, 2022
약삭빠른 정치인들이 왜 유태인을 자처할까? 그들은 유태계 혈통으로 인식되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의 경우 특히 그렇다. 2018년 뉴욕에서 하원의원에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 민주당의원도 당선 한 달 뒤 자신의 유태계 혈통을 자랑했다. 퀸즈의 유대교 회당에서 “수십 세대 전 자신의 조상이 유목 유태인이었다”고 말했다.
진보적 유태인을 자처하며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줄리아 살라자르는 자신이 가톨릭과 유태교가 섞인 기독교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면서 뉴욕시의 강력한 좌파 유태교 공동체에 깊이 관여돼 있어 대학에서 유태교를 공부했다고도 했다.
남부 아칸소주의 비유태인 정치인들은 유태계 혈통을 자랑하지 않지만 뉴욕에서는 다르다. 유태인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샌토스는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태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써온 공화당에서 유태인임을 강조해 쉽게 공천을 받았다.
한편 순수 유태인이라고 주장하는 건 도움이 안 되지만 유태계 혈통이라고 주장하는 건 도움이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유는 이렇다. 유명인이나 정치인이 불리한 혈통을 밝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면 128분의 1 만큼 미 원주민 또는 집시 혈통, 아니면 극히 일부 유태계라고 양념을 치면 고루한 이미지를 없앨 수 있다. 이에 비해 현재 유태인 단체에 속해 있다는 건 매력이 떨어진다. 안식일을 지키는 유태교 신자에 대해선 사람들이 뜨악해하지만 먼 조상이 유태인 촌락의 랍비였다는 비유태교 신자 미국인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숨진 유태인을 좋아한다. 샌토스는 자신이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골드먼 삭스에서 일했다고 지어냈다. 유태계 혈통을 사칭한 건 공감을 이끌어내고 흥미를 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태계 혈통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유태인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유태인 친구가 많거나 먼 조상이 유태인인 사람은 입을 다물어야 하나? 그냥 친구라고 말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