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하루만에 캘리포니아 등 전국 22개주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중 하나인 ‘출생시민권 제한’에 강력한 반기를 들고 나서 예상대로 소송전을 치르게 됐다. 행정명령 서명 하루 만이다.
뉴욕타임스(NYT)와 ABC 등 21일 캘리포니아 등 22개 주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등 2개 도시와 뉴저지, 뉴욕, 캘리포니아, 델라웨어, 버몬트, 하와이 등 18개 주가 처음 소송을 제기했고, 뒤이어 워싱턴, 애리조나, 일리노이, 오리건이 2차 소송을 냈다.
21일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21일 18명의 주 법무장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합법적인 거주자가 아닌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 인정을 중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본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중국계 이민자의 아들인 웡 킴 아크가 1898년 해외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려다 시민권을 박탈 당하자 대법원까지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지적했다.
이 사건은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선천적 시민권을 인정하는 선례가 됐다.
본타는 성명에서 “캘리포니아는 역사를 지우고 125년간의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려는 대통령의 시도를 규탄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법원에 이 명령의 효력을 즉시 차단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 명령의 영향을 받는 미국 태생 아동의 권리가 유효하게 유지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으로 자신의 권한을 넘어섰으며, 우리는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그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약속한 미국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폐지하는 것으로 본타에 따르면 이 명령으로 인해 메디케이드 및 아동 건강 보험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지원금이 적격 수혜자 수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여러 주에서 연방 지원금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의 명령이 합법적으로 일하고, 투표하고, 여권과 사회보장번호를 발급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주와 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송을 제기하면서 행정명령의 즉각적인 효력 발생을 막기 위한 가처분 명령도 요청했다.
소송에 참여한 주와 도시는 주로 민주당 주도 지역이지만,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경합주도 있다. 이들 경합주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준 곳들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이민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광범위한 대통령 권한에도 불구하고, 시민권 박탈 행정명령은 대통령의 법적 권한 범위를 훨씬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원에 “행정명령으로 발표된 정책이 불법이라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도입된 모든 조치를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선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자녀의 출생시민권 제한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 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출생 당시 ▲모친이 불법이민자고, 부친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모친이 합법적 체류자라도 임시 체류자이고, 부친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미국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미국 정부기관과 주정부가 이러한 명령을 수행하도록 했는데, 반발한 주정부들이 하루 만에 소송으로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취임 첫날 조치를 쉽게 철회하기 힘든 만큼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 가서야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법원에서는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해석이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 관할권에 속하는 경우, 미국 시민이자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규정한다. 속지주의에 따라 출생시민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했다고 해석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수정헌법 14조가 미국에서 태어난 모두에게 시민권을 확대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미 취임 전부터 출생시민권 제한 관련 법적 분쟁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행정명령을 내린 뒤 법률 해석을 통해 연방대법원 재판을 차차 준비한다는 것이다.
일단 연방대법원은 1898년 비시민권자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국 출생자에게 수정헌법 14조가 적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1982년에도 미등록 이민자 자녀에 유사한 판례가 나왔다.
다만 현재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다. 2022년에는 여성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약 50년 만에 폐기한 바 있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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