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스스로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무너트릴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의회 감독위원회가 지난 12일 공개한 엡스타인의 이메일과 기타 메시지 2만 페이지 이상에서 엡스타인은 트럼프를 모욕했고 해를 끼칠 만한 정보를 갖고 있음을 암시했다.
엡스타인의 메시지들은 또 유력 인사들이 엡스타인을 압박해 트럼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음을 보여준다.
엡스타인은 자신이 트럼프를 가장 잘 알고 “무너트릴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공개된 엡스타인의 이메일들은 2011년부터 2019년 봄까지 작성한 것들이다.
2011년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두고 농담하는 리얼리티 TV 스타였고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를 교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투옥됐다가 풀려난 뒤 이미지를 회복하려 애쓰고 있었다. 또 엡스타인의 메시지가 끝나는 2019년 봄에 트럼프는 대통령이었고 법무부가 엡스타인에 대한 기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트럼프의 사업, 행적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
엡스타인 메시지들은 엡스타인이나 그의 측근들이 트럼프의 부동산과 사업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음을 시사한다.
또 트럼프가 자신의 사적 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 이상의 정보를 엡스타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이메일은 의회 감독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엡스타인 유족 측에서 제공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1980년대와 90년대 친구 사이였으며 뉴욕이나 플로리다에서 열린 사교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엡스타인의 전 여자 친구 중 한 명이 트럼프가 자신을 더듬었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가 부인했다. 트럼프는 엡스타인이 자신의 마러라고 사유지에서 10대 소녀들을 데려갔기 때문에 그와 절연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새로 공개된 메시지들은 엡스타인이 트럼프에 대해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오랜 측근 기슬레인 맥스웰에게 트럼프가 “짖지 않은 개”라고 썼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는 최근 자신이 그에게 학대당했고 다른 남자들에게도 넘겨졌다면서 영국 앤드류 왕자와 맥스웰, 자신이 함께 찍힌 사진을 제공했다.
엡스타인은 이메일에서 주프레가 “그(트럼프)와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씩 있었다”라고 밝히고 트럼프는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그러나 2016년 증언에서 트럼프는 자신과 성관계를 맺거나 플러팅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2년, 엡스타인은 자신의 변호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의 마러라고 별장 담보 대출과 다른 3000만 달러 대출 등 재정 상황을 파헤칠 사람을 구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던 2015년 12월, 엡스타인은 당시 NYT 기자에게 “내 부엌에서 비키니 입은 여성들과 함께 있는 도널드 사진을 보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엡스타인이 실제로 그런 사진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2019년 NYT에서 퇴직한 기자는 엡스타인이 그런 사진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또 트럼프가 수영장에 있는 젊은 여성들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유리문에 부닥치면서 “코 자국을 남겼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둔한 도널드” 등 트럼프 거듭 모욕
2016년 3월, 엡스타인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상세히 다룬 책 출간에 대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엡스타인과 관계를 유지했던 마이클 울프 기자가 엡스타인에게 책에 맞서는 “대항 서사”를 내놓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네가 아닌 다른 무엇에 관한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몇 달 뒤, 울프는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트럼프를 인터뷰할 것이라면서 “물어보면 좋을 만한 것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엡스타인이 트럼프 셔틀 항공사, 카지노 파산, 부채 등에 대한 질문 등을 보냈다.
엡스타인은 반복해서 트럼프를 모욕했다. 2018년 1월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은 대통령을 “둔한 도널드”와 “정신 나간 도널드”라고 부르며 그의 부는 “모두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해 말, 엡스타인은 전 재무장관이자 하버드 대학 총장이었던 로런스 서머스와 트럼프에 대해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트럼프의 “정신이 경계선상에 있다”고 묘사했다.
서머스가 트럼프가 “광기로 무너질까”라고 묻자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놀라울 정도로 강인하다면서 “그는 24시간 내내 두들겨 맞는다. 누군가 그와 가까운 사람이 기소되길 바라지만 확신은 없고, 그렇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은 압박감 때문에 미친 짓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엡스타인의 친구와 조언자들이 트럼프의 정치적 부상, 정책, 그의 정부와 동맹들에 대한 수사 관련 기사 링크를 반복해서 엡스타인에게 보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 엡스타인에게 트럼프 정보 구해
그리고 지인들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이 지정학과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엡스타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엡스타인은 2015년 8월 경제 혼란에 대해 묻는 한 지인에게 “시장을 겁주는 건 트럼프지 중국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2018년 말, 마이애미 헤럴드가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를 시리즈로 파헤치면서 트럼프 정부 노동장관이 2008년 엡스타인 유죄협상에 서명한 검사 출신임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미 법무부가 엡스타인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시작했다.
그해 12월, 엡스타인의 한 지인이 엡스타인에게 “그들(미 정부)이 트럼프를 무너뜨리려고 무슨 일이든 다하고 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엡스타인이 “말도 안 돼”라면서 “그(트럼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답했다.
다음 달, 엡스타인은 울프에게 트럼프와 마러라고에 대해 썼다.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나에게 (마러라고 회원에서) 탈퇴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는데 난 회원이었던 적이 없다”며 “물론 트럼프는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지, 그래서 기슬레인에게 멈추라고 했으니까”고 밝혔다.
트럼프는 엡스타인이 마러라고에서 스파 직원으로 일하던 주프레를 “훔쳐갔다”며 엡스타인과 결별한 이유라고 밝혔었다.
2019년 6월13일 엡스타인의 오랜 회계사 리처드 칸이 트럼프의 공개 재정 자료 검토를 끝냈다는 이메일을 엡스타인에게 보냈다.
칸은 트럼프의 부채, 소득, 자선재단에 관해 9가지의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고 썼다.
칸은 그에 앞서 몇 달 동안 2016년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한 기사 등을 엡스타인에게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