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정부가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애도 메시지를 올렸다가 삭제했다. 교황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22일(현지 시간)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공식 계정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안식하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기억이 축복이 되길”이라는 내용의 애도문을 올렸다.
게시물에 교황이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했을 당시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후 글은 몇 시간 뒤 삭제됐다. 이스라엘 외무부 관계자들은 예루살렘포스트에 “교황이 이스라엘 관련 발언을 했다”며 “해당 게시물은 오류로 인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넷에 따르면 외무부는 각국 공관에 교황 선종 관련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해외 주재 대사들에게도 조의록에 서명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렸다.
대사들이 참여하는 외무부 내부 왓츠앱 채팅방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스라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특히 전 세계 수억명 가톨릭 신도들 사이에서 영향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외교관은 “우린 가자 전쟁에 대한 교황의 비판 때문에 심플하고 해를 끼치지도 않는 애도 메시지를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매체들도 이번 삭제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비판하고 있다.
교황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강력 비판해 왔다. 선종 전날인 지난 20일 부활절 메시지에서도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을 열거하며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강하게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다음 해인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평화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과 홀로코스트 추모관 등도 방문했었다.
하지만 다음 해 바티칸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자 긴장이 야기됐고,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계기로 갈등은 고조됐다.
교황은 전쟁 기간 내내 가자지구 성가족 성당에 매일 전화해 안부를 물으며 격려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