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플란트나 틀니 등 인공 보철물이 아닌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든 치아를 구강에 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킹스칼리지런던과 임페리얼칼리 런던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간의 영구치를 실험실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기존 충전재나 임플란트를 대체할 획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사람은 상어나 코끼리처럼 치아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충치나 잇몸 질환 등으로 한 번 영구치를 잃으면 임플란트와 같은 인공 치아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사람의 치아는 치주인대라는 결합조직이 치근(이의 뿌리)을 감싸 지지하는 형식이지만, 임플란트는 치아가 빠진 치조골(잇몸뼈)에 티타늄으로 만든 치근을 심는 침습적 수술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고정력이 약해지거나, 감염·거부 반응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 치아 발달 환경을 모방한 특수 재료를 개발했다. 이 재료는 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 하나의 세포가 다른 세포에 치아로 성장하라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실험실에서도 치아가 자라는 환경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킹스칼리지의 박사과정 연구원 슈첸 장은 “임플란트는 침습적인 시술이 필요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한 치아는 실제 치아처럼 턱뼈에 융합된다”며 “더 튼튼하고 오래가며, 거부 반응도 없다. 생물학적으로 더 적합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배양한 치아를 환자의 구강에 이식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실험실에서 완전한 치아를 배양해 이식하는 방법과, 초기 단계의 치아 세포를 턱뼈에 직접 이식해 구강 내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임상 응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킹스칼리지의 보철학 임상 강사 시어셔 오툴 박사는 “이 기술은 치의학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면서 “내 생애에 상용화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자녀 세대나 손주 세대에선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