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최근 하락세를 보였지만 더 떨어질 여지가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올해 미국 증시가 반세기 이상 만에 최악의 출발을 보였고,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주가가 높은 수준에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 특정 종목의 주가가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을 사용한다.
PER이 높으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PER이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으며 향후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WSJ는 최근 2년 동안 시장 전체적으로 PER이 높았고 주가 역시 비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에 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저금리, 경기 부양책 시행 등 완화 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의 대안이 거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올해 들어 16%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 주 후반 이후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PER은 16.8배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지난 20년 간 PER이 평균 15.7배였음을 감안하면 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0년 9월 기준으로는 PER이 24.1배에 이르렀다. 투자 심리가 몰리면서 PER 역시 치솟은 셈이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한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는 최근 시장에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면서 현재 환경에서 주식에 대한 평가가 적절한 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S&P 500지수가 하락한 것은 1970년 이후 현재까지 최악의 실적이다.
이는 시장 불확실성에 기인하는데, 불확실성의 한 가지 요인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경제를 PER이 감소하는 경기 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가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금리는 미래 현금 흐름의 가치를 감소시킨다.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닥칠 경제적 장애요인을 감안할 때 기업의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가 너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910억 달러(약 116조8895억원) 상당을 운용하는 보스턴파트너스의 글로벌시장조사 담당자 마이클 멀라니는 S&P 500지수가 이날 환율로 볼 때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평가액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긴축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주식 가치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특정되지 않더라도 긴축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에는 수익 증가도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잠재적으로 훨씬 더 엄격한 시장 환경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멀라니는 연준이 지금 예상한 것보다 금리를 더 높이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끝날 때 쯤이면 S&P 500지수 종목들의 PER이 예상 수익의 약 15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불황까지 더해지면 시장의 평가는 PER이 13~14배까지 떨어지는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멀라니는 또 “인플레이션 문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증거나 드러날 때까지 우리는 변동성 있는 시장을 겪게 될 것”이라고 보탰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상황을 2000년대 닷컴 버블이 붕괴됐을 때와 비교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분석가들은 미국 증시가 2020년 10월부터 버블 영역에 진입했고 현재 버블에서 빠져나가는 상태라고 밝혔다.
닷컴 버블 당시였던 2000년 3월 PER은 26.2배까지 올랐다. 이후 거품이 빠졌고 2002년 PER은 14.2배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 PER은 8.8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