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성장이 둔화했던 글로벌 명품업계가 관세 직격탄을 맞아 올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복소비 열기로 호황을 누렸던 글로벌 명품 시장은 최근 중산층 소비 위축과 중국 경기 둔화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발 무역전쟁까지 덮치자 올해 명품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완전히 뒤집혔다.
13일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올해 명품 산업이 5% 성장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뒤집어 매출이 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핵심 패션 및 가죽 제품의 1분기 매출이 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셀린느 등 유명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최고 글로벌 명품 그룹으로,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여해 LVMH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에는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기도 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명품 소비 쌍두마차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145%로,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했다. 서로를 향한 보복 관세를 강화하면서 소비심리 위축 및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명품업계 역시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의 명품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고급 시계는 스위스에서 생산되는데 미국은 이 세 나라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90일 유예된 상호관세까지 부과되면 이들 나라에 대한 관세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으로, 제품 가격을 올려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올해 글로벌 증시는 급격한 매도세를 보였고 이에 따른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샤넬의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프스키는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본다면, 우리 부티크의 비즈니스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그룹 HSBC의 전무이사인 에르완 람부르는 “명품 산업의 위기는 부의 파괴,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 소비 심리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올해 터지는 샴페인 병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산업의 침체를 예측했다.
다만 이 같은 명품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명품 중 명품인 에르메스(Hermès) 등 최고급 명품은 여전히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분기 에르메스의 매출이 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번스타인은 구찌의 1분기 매출이 2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에 구찌뿐 아니라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을 보유한 명품 패션 그룹 케어링의 올해 매출 및 영업이익은 성장 전망치를 충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