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이 지휘봉을 반납했다.
삼성은 1일 허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허 감독은 지난달 31일 롯데 자이언츠전 종료 후 자신의 뜻을 밝혔고,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선수 시절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5년 간 1군 통산 4경기만 등판한 뒤 은퇴한 허 감독은 삼성에서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9년 9월 현장의 최고 자리인 감독직까지 꿰찼다. 부임 2년차인 지난해에는 팀을 6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발판 삼아 올해 대권 도전을 꿈꿨던 삼성은 예상과 달리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개막 직전 주전급들이 대거 코로나19에 확진돼 출발부터 삐걱거리더니 시즌 중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까지 겹치면서 전력 가동에 애를 먹었다.
6월29일 KT 위즈전부터 7월23일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삼성은 내리 13경기를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13연패는 원년부터 뛰어든 삼성의 최다 연패 기록이다.
어렵게 연패를 끊은 뒤에도 반등은 없었다. 허 감독은 성적이 9위(38승2무54패)까지 떨어지자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허 감독은 구단을 통해 “최선을 다했는데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삼성은 2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박진만 퓨처스팀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통하던 박 대행은 2017년부터 삼성 수비, 작전코치를 맡다가 올 시즌부터 퓨처스팀 감독으로 활동했다.
최태원 수석코치는 퓨처스팀 감독 대행으로 자리를 옮겨 박 대행의 공백을 메꿀 예정이다.
웬만하면 계약 기간을 지켜오던 삼성이 시즌 도중 감독대행을 세운 것은 1997년 건강상의 이유로 퇴진한 백인천 전 감독 사례 이후 25년 만이다.
그만큼 감독과 구단 모두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