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한국,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두 집결했다.
한국 야구 팬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이정후(25)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대 규모 계약이다. 한국인 빅리거 프리에이전트(FA) 계약까지 범위를 넓혀도 역대 총액 2위다. 역대 총액 1위는 추신수(현 SSG 랜더스)가 2013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할 때 기록한 7년 1억3000만 달러다.
이정후가 데뷔 시즌부터 1번 타자 중견수를 맡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2022시즌 타격 5관왕에 오르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이정후가 MLB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NL 서부지구에 속해있는 LA 다저스는 이번 겨울 화제의 중심에 선 팀이다.
FA 시장에서 단연 최대어로 손꼽히던 오타니 쇼헤이(29)와 10년, 7억 달러(약 9072억원)에 계약했다. MLB를 넘어 전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다.
다저스와 오타니의 계약은 MLB를 뒤흔들어 놨다.
오타니가 7억 달러 중 97%를 계약 종료 후 받기로 한 것과 마크 월터 구단주나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 부문 사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기면 옵트아웃을 실행해 FA가 될 수 있는 독특한 조항을 삽입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와 맺은 독특한 계약 조건 덕분에 자금 운용에 여유가 생긴 다저스는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로 거론된 우완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5)까지 붙잡으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다저스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의 문을 두드린 야마모토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4212억원)에 계약했다.
역시 같은 지구 소속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는 이미 한국, 일본을 대표하는 빅리거가 뛰고 있다. 한국인 내야수 김하성(28)과 일본인 베테랑 투수 다르빗슈 유(37)다.
2021년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김하성은 올 시즌 정상급 내야수로 우뚝 섰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NL 유틸리티 부문)를 품에 안았다. 공격에서도 한층 발전한 모습을 자랑한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핵심 자원으로 입지를 굳혔다.
다르빗슈는 빅리그에서 무려 11시즌을 누빈 베테랑이다.
2020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다르빗슈는 2022시즌 16승 8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활약했다. 올해 2월 샌디에이고와 6년, 1억800만 달러에 재계약한 다르빗슈는 올 시즌에는 8승 10패 평균자책점 4.56에 그쳤고,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수술은 받지 않아 다르빗슈는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마운드에 설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샌디에이고는 일본인 투수 한 명을 또 영입했다. 2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왼손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28)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2억원)에 계약했다.
한국 야구 팬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단연 이정후와 김하성의 방망이 대결이다. 둘은 2017~2020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사이라 맞대결의 의미가 한층 각별하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3월 29일 미국 본토 개막전부터 맞붙는다.
오타니가 올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아 투수로 뛸 수 없는 가운데 동갑내기인 이정후와 야마모토의 투타 대결도 흥미를 끄는 요소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내년 시즌 첫 대결은 4월 2일에 펼쳐진다.
김하성과 야마모토의 빅리그 첫 맞대결을 서울에서 볼 가능성도 있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내년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 김하성과 오타니가 내년 시즌 벌일 한일 자존심 대결도 관심사 중 하나다.
NL 서부지구에서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한국, 일본 출신 스타들이 대거 서부로 향하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