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100%로 독자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설계·제작 및 발사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 일명 ‘한국판 스페이스X’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가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한국항공우주(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일 확정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 선정 계획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누리호 설계·제작 및 발사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는 우주발사체 체계종합기업에 대한 입찰 공고를 할 계획이다. 이후 심사를 거쳐 오는 9월까지는 우선협상대상기관을 선정한다는 목표다.
선정될 체계종합기업은 2027년까지 항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누리호를 4회 반복 발사하면서 누리호 설계·제작 및 발사에 대한 기술을 항우연으로부터 이전받게 된다.
지난달 21일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으로 1톤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보내는 발사체 능력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항우연에 축적된 발사체 개발 기술을 민간 기업으로 이전해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발사체 서비스를 전담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발사체 설계부터 조립, 발사, 관제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정부는 또 2027년 이후로도 체계종합기업이 누리호를 가지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입찰 신청은 한국형 발사체 시스템, 서브시스템, 구성품(지상시스템 포함) 등을 제작 또는 총조립해 납품한 실적이 있거나 계약해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항공우주업계에서는 누리호 제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그간 축적된 기술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둘 중에 한 기업이 낙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KAI는 누리호 제작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업으로 꼽힌다. 누리호 체계 총 조립을 맡아 300여개 기업이 제작한 각 부품 조립을 총괄했다.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비롯해, 4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 치공구도 KAI가 만들었다.
KAI는 항우연으로부터 우주발사체 전주기 기술을 이전을 받아 한공우주체계종합기업으로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75톤급 액체엔진을 만들었다. 국내 독자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우주발사체 엔진으로 영하 180도 극저온과 3300도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생산은 물론 우주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역량을 확보해 우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재계 10위권의 한화그룹의 계열사라는 점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화그릅은 지난해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쎄트렉아이가 참여한 그룹 내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한편 누리호 개발 과정에 참여한 기업 수는 총 300여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하청이 아닌 주력 기업은 30여개, 500여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