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서 “적과의 동침”이 현실의 사건으로 일어났다. 민주당 정부와 각을 세워 온 미국 총기협회(NRA)가 이례적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시민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지원을 얻어 대법원의 항소재판에 임하게 되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ACLU는 뉴욕시에서 열리는 수정헌법 1호 (국민의 방위권인 총기소유 인정)관련 최종심에서 총기협회를 대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활발하게 ” 그 권리를 옹호하는 증언을 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 총기협회의 소송대상인 뉴욕 금융감독국의 주장에 맞서서 거의 모든 항목에 걸쳐서 반대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CLU는 인터넷 플랫폼 X(전 트위터)에 게재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총기협회의 총기소유권에 대한 견해나 이 단체의 목표, 역할, 각종 전략에 대해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민자유연맹과 총기협회는 모두 정부 관리들이 자기들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들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나 기구들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총기협회도 자기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같은 ACLU의 성명서를 게재한 뒤 후속 기사를 올려 ACLU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부의 규제당국에 대항해서 함께 싸워나가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규제당국을 이용해서 자기들과 다른 정치적 발언을 침묵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대법원은 내년 초에 열리는 이 사건의 최종심에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총격사건 이후 뉴욕금융감독국장 마리아 뷜로가 제기한 총기협회 대상 소송을 판결을 내리게 된다.
파클랜드 고교에서 17명이 총기 난사로 사망한 뒤 뷜로 국장은 뉴욕에서 영업중인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들에게 총기 소유권장 단체인 총기협회와의 모든 금융거래를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 그는 총기협회와 관련 단체들과의 거래는 금융기관의 신용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NRA는 뷜로의 권유로 여러 금융회사들이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페어팩스와의 거래를 중단시킨데 대해서 뷜로 국장과 뉴욕금융감독국을 고소했다.
이와 관련해 ACLU는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서는 정부 감독기관이 전국의 시민단체 , 특히 낙태권리운동 단체, 환경단체, 심지어 ACLU에게 까지 금융거래 중단을 압박하는 “블랙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며 총기협회 편을 들게 된 것이다.
ACLU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집단 총기난사사건과 총기 폭력 사건이 날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규제 등 억지 정책을 무력화 할 수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CLU는 그러나 수정헌법 2조에 반대하고 총기 보급에 반대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시민단체나 비정부 기구에 대한 정부의 금융 압박 등 부당한 규제에는 찬성할 수가 없다며 대법원에서의 총기협회에 대한 지원과 법정 증언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