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79명을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사고 장소인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면서 사고 연관성에 대해선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30일 항공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 7C 2216편은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 후, 지상구조물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총 181명 중 2명이 생존하고,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일각에서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가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둔덕에 자리했는데 이 둔덕이 동체 착륙한 기체와 충돌하며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활주로 ‘오버런’ 사고에서 기체가 로컬라이저를 쉽게 뚫고 지나갔다면 사고가 크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영국의 항공 안전 분야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편집자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충돌 전까지 동체 착륙이었음에도 착륙을 상당히 잘 이뤄냈다. 벽(구조물)에 부딪히기 전까지 기체에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며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구조물에 안테나가 설치돼 있었는데 보통 이런 안테나는 충돌시에 기체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부러지거나 접히도록 설계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항공 전문가인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둔덕에 비행기 수평 방향 안내를 돕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놨는데, 보통은 평지에 있다. 어느 공항에서도 이런 둔덕을 본 적은 없다”며 “활주로 끝에 있는 둔덕이 없었다면 사고나 폭발이 덜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통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무안 공항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떨어진 지점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 다른 국내 공항에도 비슷한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위각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규정이 있다”며 “사고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기체 결함, 정비 불량 등 다양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수거한 블랙박스 해독 작업에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최종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