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장애인 접근성 기준을 위반한 사업장이 120일 이내에 시정 조치를 취할 경우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SB 84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단순 실수나 경미한 규정 위반을 빌미로 벌어지던 소송 남용이 사실상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장이나 건물이 장애인 접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피해를 입은 장애인은 즉시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손해배상과 소송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법 취지는 장애인의 권리 보호에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악용해 접근성 위반을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며 소송을 반복하는 사례가 급증해 왔다.
특히 한인 마켓, 식당, 세탁소, 미용실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법적 지식 부족과 언어 장벽 등으로 반격하지 못한 채 고액의 합의금이나 손해배상을 떠안는 경우가 많았다.
“120일 이내 시정 땐 책임 면제”… SB 84 핵심 내용
공화당 로저 니엘로 주 상원의원이 지난 1월 15일 발의한 SB 84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법안은 직원 수 50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 한해, 장애인 접근성 기준 위반이 발견되더라도 즉각 소송이 불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 원고는 위반 사실을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해당 사업자는 120일 이내에 시정 조치를 취할 기회를 보장 받는다. 만약 이 기간 내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업주는 법정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 소송 비용 등 일체의 책임에서 면제된다.
또한 이 법안은 연방장애인법(ADA)을 악용한 우회 소송도 원천 차단한다. 원고가 ADA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차별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위반이 물리적 접근 기준에 해당할 경우 동일한 ‘시정 기회 제공’ 절차를 따라야 한다.
니엘로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장애인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규정을 몰랐던 영세 상인이 단 한 번의 위반으로 수천 달러의 소송에 휘말리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잘못된 점을 고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책임보다 개선을 유도하려는 새로운 방향”이라고 밝혔다.
현재 SB 84는 캘리포니아 주 상원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며, 이후 공청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법안은 접근성 개선을 촉진하면서도 선의의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입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 장애인 권리 단체는 “120일의 유예가 실제 차별을 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한인 상인들이 빈번하게 직면해온 ‘장애인 접근성 기준 위반 고소→합의금 압박’의 악순환 구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접근성 관련 소송은 지난 2018년 4800여건에서 2023년 7814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소송이 피소된 사업주의 58%가 스몰비즈니스 영세업자들인 것으로 나타나 이 소송 남발로 인한 영세업주들의 고통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소송보다 시정이 우선이라는 원칙이 제도적으로 자리잡는다면, 한인 영세 업체의 법적 방어권은 물론, 실질적 접근성 개선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