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허탈감을 잘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일부 자극적인 내용이 자칫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일준 오산신경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오징어 게임은 자극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허탈감을 건드려 열광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를 예로 들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교과서로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에 대해 교육 받았지만 정작 현실에선 노력과 결과물의 상관 관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체제 안에서 기회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지, 타인의 희생이나 술수 없이 오직 능력만으로 결과물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지 한번쯤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드라마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프론트맨은 참가자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지만, 게임 결과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는 실제 생존 게임은 잔혹하다. 전체 게임 참가자 456명 중 살아남은 단 한 명만 상금 456억 원(인당 목숨 값 1억)을 가질 수 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자극적인 장면과 대사가 청소년들에게는 위험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징어 게임은 18세 이상 시청이 가능한 드라마이지만, 청소년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드라마를 검색해 잔인한 장면 등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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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생존 게임의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폭력과 살인이 허용된다는 극적인 설정을 더했다. 참가자들이 칼 등 흉기로 상대방을 찌르거나 게임 탈락자 중 숨이 붙어 있는 참가자를 장기매매하는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욕설 등 비속어도 많이 나온다.
이 전문의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성격이 완전히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의해 변화할 여지가 있고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공격적인 성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철저한 영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뇌의 능률을 측정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의 변화를 살펴본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 공격적인 장면에 장기적으로 노출이 되면 자극에 둔감해지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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