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재직 시절 국가 기밀문서 유출 사건에 대해 미 법무부가 특별검사(특검)를 임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개인 사무실에 이어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에서도 기밀문서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미 법무부는 두 번째 문건 유출이 확인된 지 몇 시간 만에 신속하게 특검을 임명했다. 의혹이 없도록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로버트 허 검사를 세웠다. 허 특검은 메릴랜드주 연방검사장을 지낸 한국계다.
갈런드 법무장관, 특검 신속 임명…”독립성·책임성 보장”
CNN 등에 따르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 수사를 위해 로버트 허(Robert Hur)를 특검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갈런드 장관은 “이 부서(법무부)의 정상적인 절차가 모든 수사를 성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규정상 이 곳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특별검사 선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 임명은 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한 독립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고) 논쟁의 여지 없이 오직 사실과 법에 의해서만 결정하도록 하는 대중에 대한 (법무)부의 약속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기밀 문서, 개인 사무실 이어 윌밍턴 자택서도 발견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초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개인 사무실에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기밀 문서가 발견된 사건이다. 지난 9일 처음으로 보도가 나오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이어 11일 두 번째 유출 문서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12일 장소가 바이든 대통령의 윌밍턴 자택 차고 창고와 인접한 방이란 사실이 공개됐다.
갈런드 장관은 회견에서 유출된 기밀 문서가 발견된 뒤 이제까지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기록원 감사관실은 지난해 11월4일 법무부에 사실을 고지했다. 백악관으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개인 사무실로 사용했던 워싱턴DC 소재 펜-바이든 센터에서 기밀 문서가 발견됐다는 것을 통보했고 반환한 사실을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앞서 문서를 발견한 것은 지난해 11월2일이고, 즉시 국가기록원에 알린 뒤 다음날 아침 바로 보냈다고 했었다.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2013~2016년 작성된 문서로 우크라이나와 이란, 영국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문서가 포함돼 있고 최고 등급인 ‘일급 기밀'(top secret) 문서도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이 외에도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 기밀해제 문서 등이 3~4개 상자가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갈런드 장관은 이어 11월9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기밀 정보가 연방법을 위반해 잘못 처리됐는지 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14일 자신이 특검 규정에 따라 존 라우시 주니어 시카고 연방검사에 초동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12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은 라우시 검사에 윌밍턴 사저 차고에서 기밀 표시가 있는 추가 문서가 확인됐다고 통보했다. 마찬가지로 부통령을 지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기밀 문서였다. 이 문서들은 FBI가 가져갔다.
그리고 올해 1월5일 라우시 검사는 갈런드 장관에게 예비 수사 결과를 보고했고, 특검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갈런드 장관은 “라우시 검사의 예비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검 규정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후 며칠 동안 특검을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한인 로버트 허 특검, 트럼부 행정부서 근무…”공정하게 수사”
한인 허 특검은 임명 직후 성명을 내고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그는 성명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치우지지 않은 수사(fair, impartial, and dispassionate judgment)를 진행할 것”이라며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신속하게 철저하게 사실 관계를 따르고 이 임무를 맡겨준 신뢰에 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 특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17년 법무부 수석차관보로 합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2017년 그를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임명했다. 허 특검은 볼티모어 전 시장, 전 경찰청장, 주 상원의원 등을 기소하면서 명성을 쌓았고,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의 기밀 문서 유출 사건도 다룬 바 있다.
경력 초기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함께 연방 법무부에서 일한 적이 있고, 이후 대테러, 기업 사기, 강력범죄에서 금융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을 맡았다.
하버드와 스탠포드대 로스쿨을 다녔고 메릴랜드주와 워싱턴DC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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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실수로 유출된 것 증명될 것”
바이든 행정부의 갈런드 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이를 특검으로 임명한 것은 공화당의 공세에 오히려 공정성 시비 없이 의혹 없는 수사를 보장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전문성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수’였으며 문건을 즉각 반환했고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 변호사인 리처드 사우버도 특검 임명 발표 후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들은 이 ‘실수’를 발견한 즉시 조치를 취했다”며 “(특검의) 철저한 검토를 통해 이 문서들이 실수로 잘못 배치(유출)됐다는 것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 개인 사무실에서 기밀 문서가 발견된 것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발견된 파일 중 국무부 문서가 포함돼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필요할 경우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