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하원의장 선출과정에서 막장 드라마가 잇달아 벌어지면서 신물이 난 하원의원들이 추수감사절(23일)을 앞두고 대거 은퇴를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6명, 공화당 소속 6명 등 12명의 의원들이 이달 들어 재출마 포기 선언을 하면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의원들이 사퇴하는 기록이 수립됐다. 지난 21일에는 빌 존슨 공화당 의원(69)이 내년 초 의원직을 그만두고 영스타운 오하이오 주립대 총장에 취임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대거 사퇴하는 배경으로 공화당 강경파들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하고 후임 의장을 선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들이 꼽힌다. 이 과정에서 미 하원은 몇 주씩 마비됐다. 그밖에도 동료 의원들끼리 욕질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가 된 것도 배경이다.
6선으로 민주당 원내 수석부총무를 지낸 댄 킬디 의원은 “몇 년 동안 하원이 혼란에 빠져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컸다”며 재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대부분 상원의원 출마가 사퇴 이유였으나 근래 들어 바뀌었다. 지난달 매카시 의장이 축출된 뒤 의장 공석이 길어지면서 하원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해 사퇴하는 의원들이 늘었다.
10선의 브라이언 히긴스 공화당 의원은 “좋지 않은 시기가 시작됐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2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버팔로의 극장장으로 이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10년을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달 들어 사퇴 의사를 밝힌 의원들 가운데 애비게일 스팽글러 민주당 의원만 버지니아 주지사 출마를 이유로 제시했다. 나머지는 모두 정치를 그만두고 다른 기관에서 일할 계획이거나 아무런 계획 없이 사퇴했다.
공화, 하원의장 후보 다시 교체 친트럼프 짐 조던 후보 사퇴, 의회 마비 계속
이달까지 현직 하원의원 가운데 36명이 사임, 은퇴, 사망 등의 사유로 재출마하지 않게 됐다. 1960년 이래 매년 평균 35명이 재출마하지 않은 추세와 다르지 않으나 앞으로 더 많은 의원들이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의원들이 사퇴하는 이유로 정부 예산을 둘러싼 정쟁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한층 격해지면서 중요한 입법이 졸속 처리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2주전 사퇴를 발표한 6선의 브래드 웬스트럽 공화당 의원은 ”아무 말없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반대로 남의 눈만 의식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했다.
15선의 얼 블루메나우어 민주당 의원은 ”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주목을 끌어 자금을 모으려는 카인(성경에 나오는 악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부정 행보에 신물을 내는 의원들도 있다. 켄 벅 공화당 의원은 지난 1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 ”공화당 지도자 다수가 2020년 대선이 도둑질 당했으며 (트럼프에 대한) 기소는 사법부의 정치화라고 미국인들에게 거짓말한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퇴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현 임기까지는 재임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사퇴가 현재의 하원 구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공화 강경파 반란에 매카시 의장 낙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