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7일 대통령 선거를 성전(聖戰)으로 보는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신이 함께 한 것으로 보고, 따라서 정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8년 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진보와 자유주의적 가치가 우세한 가운데 무력감을 느끼며 황무지에서 방황한 후 지쳐 있다가 승리한 것으로 느꼈다.
트럼프 당선 후 대법원은 임신 중절에 대한 헌법적 권리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이번 트럼프의 압도적인 재선은 그들에게는 정치적 승리를 넘은 신성한 명령이라고 믿는다.
트럼프는 7월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은 후 “신이 함께 한다”고 했고, 6일 승리를 선언할 때도 “신이 목숨을 살려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다시 한 번 신을 소환했다.
그가 “우리나라를 구하고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한 것은 신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정치인들이 신에게 호소하거나 성경 구절을 인용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정치 지도자이자 보수 기독교의 사실상의 수장이 됐다고 전했다.
2019년 정부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된 ‘크리스천 법률가 국가 연합(NACL)의 제이슨 라퍼트 회장은 “미국에서 홍해의 순간”이라고 트럼프 당선 의미를 표현했다.
마치 출애급기에서 모세의 기적으로 홍해가 갈라진 것에 비유한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2기에서 보수적 기독교는 입법 사법 행정 모두를 위세를 떨칠 전망이다.
행정부의 트럼프와 함께 미래의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도 복음주의 기독교를 정치적 비전의 중심에 두고 있는데다 보수화된 대법원도 종교적 권리를 더욱 강화할 태세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중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 정부를 이용해 기독교인을 특별히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한 쪽에는 기독교, 다른 쪽에는 다원주의와 페미니즘 가치를 옹호하는 진영간의 전쟁으로 보았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지지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은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선지자들을 박해했던 성경 속 이세벨 여왕에 비유했다.
트럼프 승리 후 보수적 기독교 활동가들은 낙태권 해체를 위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NBC 방송도 7일 기독교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승리는 신이 정한 것이자 예언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들은 대선을 선과 악의 영적 충돌로 묘사하면서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재건하는데 있어 이번 트럼프의 당선은 신의 신성한 뜻이 성취된 것이라며 축하한다는 것이다.
유명 복음주의자 랜스 월노는 선거일 밤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수년 전 예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에 기독교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하나님의 계획에서 중요한 단계로 보았다.
트럼프에 대한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는 2016년 초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나서면서 “당선되면 기독교가 권력을 가질 것”이라고 약속한 이후 흔들리지 않았다고 NBC는 전했다.
트럼프는 올해 선거에서도 기독교인에게 ’지금까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수준의 힘’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기독교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불법적 차별, 괴롭힘, 박해를 조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NBC는 세 번 결혼했고 성적 학대 혐의가 있는 트럼프는 종교 운동을 이끌기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복음주의자들에게는 민주당의 악마적 영향력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해 신으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은 지도자로 옹호를 받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6일 승리 연설을 하며 신의 부름을 언급한 것으로 화답했다.
NBC 뉴스 출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자의 약 80%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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