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조류독감의 지속세가 심상찮다. 발병 1년이 되어가지만 최근 중증 인간 감염자 발생은 물론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대량 사망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액시오스와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소재 동물보호소인 야생고양잇과지지센터(WFAC)에서는 최근 조류독감으로 대형 고양잇과 동물 20마리가 잇달아 사망했다.
살쾡이와 유사한 아프리카 서발, 붉은스라소니(보브캣), 쿠거, 캐나다 스라소니, 아무르·벵골 호랑이, 벵골 고양이, 아프리카 카라칼, 조프루아 고양이, 유라시아 스라소니 등 다양한 종이 피해를 입었다.
앞서 이 센터는 지난 2일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원인 불명의 질병을 앓고 있다며 임시 휴장을 발표했으며, 이후 이들 동물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이내에 떼죽음이 일어난 것이다.
고양잇과의 조류독감 집단 감염 원인은 불분명하다. 센터 측은 일단 조류독감이 “주로 호흡기 분비물과 조류 간 접촉으로 확산한다”라며 “조류를 섭취하는 육식 포유류도 감염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젖소에서 조류독감이 바이러스 H5N1이 확인된 이후 점차 감염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인간 감염자도 적지 않은데, 현재까지 확인된 미국 내 감염자 수만 60명이 넘는다고 한다.
CNN은 인간 감염 사례 대부분은 소와 가금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바이러스가 대인 감염이 용이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최근 루이지애나에서의 중증 환자 발생도 주목된다.
CNN은 이런 사례가 “바이러스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소수의 돌연변이만으로도 조류독감이 사람 사이에서 퍼질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런 변이를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미국 농무부(USDA)의 경우 대응 과정에서 농장 연구 지원 및 피해 농가 지원 등 낙농업계 요구 대신 자체 연구 진행에 무게를 뒀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기조를 토대로 4월부터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지금까지 바이러스 확산 둔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낙인과 대규모 도축을 우려하는 농가의 검사 비협조 등도 작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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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콜로라도 낙농업계에서 조류독감 사례가 확인됐고, 가금류 농장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가금류 통장 2곳에서 임시 노동자 650명을 동원한 대규모 도축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노동자들은 축사 안에서 직접 가금류를 잡아 가스를 주입하고 사체를 처리했는데, 고글과 마스크, 장갑 등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 중 감염자가 나왔다.
시골 지역의 지원 여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인데, 이로 인한 피해는 유색인 사이에서 불균형하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당장 콜로라도 농장 사례의 경우 도축에 동원된 노동자 대부분이 이민자였다고 한다.
CNN은 바이러스 전문가들을 인용, “미국의 상황 추적이 얼마나 부실한지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라며 “아직 대인 전파는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그런 방향이 된다면 막대한 고통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CNN은 “지난 30년 세계 조류독감 감염자 900여 명 중 절반이 사망했다”라며 “이번 조류독감의 치명률은 낮지만, 바이러스 전파가 용이할 때 1%의 사망률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코로나19가 보여줬다”라고 했다.
네덜란드 소재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 바이러스 담당 연구자인 마리온 코프만스는 “당신들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둘러싸여 있다”라며 “3개월 후 팬데믹이 시작된대도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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