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27일 표결에 부쳐진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박성준 의원 등 170명 전원 명의로 당론 발의했다. 한 대행이 국무총리로서와 권한대행으로서 모두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본다며 탄핵 사유로 5가지를 꼽았다.
우선 비상계엄 당시 총리로서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등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를 공모하고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탄핵안은 “피소추자는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함을 알면서도 권한 없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를 소집해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도왔고, 국무회의에 참여하여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도록 돕거나 적어도 묵인,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소추자는 국회가 지난 5일 오전 1시께 계엄해제결의를 가결시켰으므로 계엄법 제11조에 따라 국무회의를 거쳐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함에도 계엄 선포 때와 달리 국무회의를 소집하거나 대통령에게 소집 건의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차이는 피소추자가 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해소해 주기 위해 적극 가담한 정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윤 대통령 탄핵 이전의 ‘한동훈-한덕수 체제'(공동 국정운영 구상) 발표는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에는 국회가 요구한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헌법재판관 임명도 거부한 점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애초 한 대행이 24일까지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했으나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며 탄핵 데드라인을 이날로 늦췄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1시 35분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행의 대국민담화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가 오늘 담화를 통해 헌법상 책임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거부권 행사를 해놓고 가장 형식적인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단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을 건의하기 전 한 총리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고 실토했다”며 “한 총리가 내란 사태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임이 분명해졌다.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다”고 했다.
탄핵 추진이 현실화하면서 여야는 의결 정족수를 놓고 충돌할 전망이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반면 대통령 탄핵소추는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같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무총리 기준으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 의결 정족수 요건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탄핵안이 발의됐기 때문에 표결 전 의장이 결론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151석으로 통과시킬 경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탄핵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