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업무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국 혼란 우려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사태’ 책임을 묻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이재명 대표는 “12·3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내란 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를 규명할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직결된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면 ‘권한대행의 대행’도 탄핵하겠다며 전면 강공 모드에 돌입했다.
당 관계자는 28일 “비상계엄에 따른 위헌, 위법한 12·3 내란 사태는 타협이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내란 진압을 가로막는다면 누구든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 대행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 대행의 직무는 ‘승계 차순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게 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상설특검 추천 의뢰, 김건희 특검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야당은 한 총리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비롯해 지체 없는 상설 특검 추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이 중 탄핵 심판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탄핵안 발의를 한 차례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한 대행은 여야 합의를 내세워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고 민주당은 즉각 탄핵 절차를 밟았다.
야권에선 최 대행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하지만 최 대행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발탁한 보수 재정관료 출신이란 점에서 장담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만일 최 대행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하면, 민주당은 ‘권한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만약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시기를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지체없이 (탄핵)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관계자도 “일단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우리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론을 강조하며 설득하는 작업이 먼저겠지만 비상 상황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 국무위원인 장관을 한꺼번에 탄핵해 국무회의 자체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무회의 의결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국무위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장관 5명을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의결을 못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경태 의원도 전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미룰 경우 내각 총사퇴 수준의 탄핵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명 이상일 때 구성되며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는 11명이다. 국무회의 구성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인 각 부 장관 19명 등 총 21명으로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이어 한 총리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고,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석이다. 여기에 장관 5명이 추가로 탄핵당하면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지도부는 아직 일괄탄핵 시나리오엔 신중한 모습이다. 조 대변인은 “개별 의원 입장일 뿐 당내에서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당내에선 강경파 지도부 의원을 중심으로 국무회의 무력화 시나리오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아직 당내에서 일괄탄핵을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하기 위해 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