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이 시속 160㎞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1만㏊ 넘는 곳이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됐으며,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8일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산불은 현재 최소 6곳으로 확산됐다.
‘악마의 바람’이라 불리는 강한 계절풍 ‘산타 아나’를 만나면서 산불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 LA 주민은 CNN에 러니언 캐니언에서 발생한 산불이 너무 빠르게 발생했다며 “번개처럼 빠르게 휩쓸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언덕 정상에서도 ‘선셋 산불’이 발생했다. 지역 명물인 할리우드 사인과 그리피스 천문대가 위치한 곳으로, 인근 할리우드 보울과 돌비 극장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는 10일 휴교령을 내렸다.
화마가 휩쓴 건물들은 뼈대만 남았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자신이 일하던 카페가 전소됐다며 참혹한 상태라고 했다.
할리우드 배우 빌리 크리스털은 산불로 팰리세이즈 소재 집을 잃었다며 “우리가 목격하고 경험하고 있는 참혹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배우 맨디 무어도 앨터디너에서 대피했다며 “아이들 학교는 사라지고 우리 단골 식당은 불에 탔다. 수많은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도 모든 것을 잃었다”며 “충격에 무감각해질 지경”이라고 했다.
CNN 취재진은 앨터디너의 주택들이 하나씩 차례대로 파괴되고 있다며 “이곳 상황은 초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촬영한 위성사진에선 도시 전체가 불에 타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의도 면적(4.5㎢)의 14배인 64㎢가 타고 있는 팰리세이즈 역시 화염과 연기가 가득하다며 “부촌인 점을 고려할 때 가장 비싼 산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스린 바거 LA카운티 5지구 감독관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건 맞지만, 이정도 상황은 처음”이라며, 이번 산불 상황이 제3세계 국가와 유사하다고 표현했다.
현재까지 산불로 5명이 사망하고 1만㏊ 넘는 면적이 불에 탔다. 10만명 이상이 강제 대피 명령을 받았다. 수십만 가구엔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당국은 강풍과 건조한 기상 조건이 밤새 완화되겠지만, 적어도 9일이나 10일까지 다시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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