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에서 행정명령이 미국의 완전한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발동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취임 첫날, 바이든 시대의 행정조치를 폐지하고 미국을 파리 기후 협정,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것을 포함해 일련의 행정명령 총 26건에 펜을 휘둘렀다.
4월 30일 임기 100일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현재까지 총 137건의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전례 없는 속도로 ‘대통령 펜’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42건)의 임기 첫 100일보다 3배 이상 많고,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32건)과 비교해도 100건이나 많은 수치다.
또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 첫 100일 동안 발동한 행정명령 99건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트럼프는 임기 초 역대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내린 대통령이 됐다.
예산 줄이고, 규제 완화하고, 다양성 훼손에 관세까지…지지율은 40%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명령으로, 법률과 유사한 무게와 권한을 갖지만 입법과 달리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 기존 행정명령을 취소하거나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취임 첫 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세계 무역전쟁을 촉발한 관세 시행부터 연방 건물에서 종이 빨대를 금지하는 것까지 다양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이민, 선거, 성별 및 다양성, 기후 변화 등 행정명령에 맞서 제기된 소송 건수만 총 170건에 달한다.

트럼프가 발동한 행정명령 대부분은 연방정부의 예산을 줄이고 환경, 보건, 노동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만들어 연방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기관들의 지출을 동결하는 등 연방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또 석탄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석유 및 가스 탐사를 위한 부지 개발을 허용하는 등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에너지 자원 개발을 장려했다.
트럼프는 이민자 추방, 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 건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축소 및 폐지 등 극단적 보수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행정명령도 다수 발동했다. 이에 종교·인종·젠더 관련 인권단체들이 행정명령에 반하는 소송을 냈고, 실제 명령에 제동을 거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가 DEI 정책을 없애는 것을 조건으로 학교에 연방 자금을 지원하려는 시도와 관련해 한 연방 판사는 미국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보고, 교육부의 효력을 일부 중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대한 행정명령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중국과 출구 없는 무역전쟁을 이어가자 주가·국채·달러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일어났고,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 완화 메시지를 내놓으며 한 발 물러섰다. 트럼프는 국가 비상사태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헌 행위라는 지적 속에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100일간 137건의 행정명령을 남발하자 미국 내에선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달 진행한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1%는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통해 너무 많은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40%로, 임기 시작점과 비교해 차이가 없지만, 최근 대통령들의 임기 초 몇 달 간 지지율보단 낮은 편이다.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시절부터 전임 바이든까지, 취임 100일 동안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한 대통령은 빌 클린턴(1993년 4월 지지율 49%)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