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든그로브 GKN 에어로스페이스 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탱크가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폭발 위험 자체보다도 “폭발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렌지카운티 소방국(OCFA)은 현재 저장탱크 내부 상태를 직접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탱크에는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ethyl Methacrylate) 약 3만4,000갤런이 저장돼 있다. 이 물질은 아크릴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고휘발성·고인화성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사고는 지난 21일 오후 3시30분 시작됐다.
초기에는 소방당국이 냉각수를 주입하며 탱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탱크 내부 냉각제 주입에 사용되던 핵심 밸브들이 작동을 멈춘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USC 화학과 엘리아스 피카소 교수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메틸 메타크릴레이트 자체의 화학 반응이 밸브를 막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 중합 반응을 일으키면 플라스틱이나 유리 같은 고체 형태로 굳는다”며 “그렇게 되면 밸브 입구와 출구 모두 막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내부에서 액체 화학물질이 스스로 굳어버리면서 배관이 콘크리트처럼 막혔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탱크에 접근해 수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현재 대응팀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냉각수를 뿌리며 온도 상승 속도를 늦추는 것과 드론으로 탱크 표면 온도를 감시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크레이그 코비 OCFA 대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남은 시나리오가 두 가지뿐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는 탱크가 파열되면서 약 6,000~7,000갤런의 위험 화학물질이 외부로 쏟아지는 경우다.
두 번째는 내부 열이 통제 불능 상태인 ‘열 폭주(Thermal Runaway)’ 단계로 진입하면서 대형 폭발이 발생하는 경우다.
코비 대대장은 “이것은 예방 조치가 아니다. 이 탱크는 결국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는 언제,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찾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폭발 영향권 지도를 공개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대응 중이다.
가든그로브를 포함해 사이프러스 · 스탠턴 · 애너하임 · 부에나파크 · 웨스트민스터 등 인접 도시 주민 약 5만 명이 강제 대피 대상에 포함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오렌지카운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정부 자원을 긴급 투입했다.
현재 이 사고는 “탱크가 왜 위험한가”보다 “더 이상 어떻게 멈출 수 있나”가 핵심 문제가 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