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건조한 기후 겹쳐…”최악의 시나리오”
LA 대표적인 부촌인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민 수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당국은 인력 수백명을 투입해 화마와 싸우고 있지만, 건조한 기후에 강풍까지 불면서 진압에 난항을 겪고 있다.
7일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화재가 발생해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불은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 부촌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북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팰리세이즈 선셋 대로를 지나던 한 운전자는 “사방에 화염과 재가 있었다”며 “불이 도로 양쪽으로 번졌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우즈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우리 집 근처”라며 주택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당국은 소방관 250여명을 투입해 팰리세이즈 화재를 진압 중이다. 소방차 46대, 트럭 3대, 헬기 5대, 구급차 6대 등도 동원됐다. 주민 최소 3만명에게 대피령도 내렸다.
교통이 피란민들로 정체되면서 상당수는 차를 버리고 도보로 대피했다. 당국은 불도저를 이용해 도로를 막은 차량 30여대를 밀어 길을 텄다.
캘리포니아 남부 전기 공급업체는 화재 위험을 이유로 1만5000가구에 대해 전력을 차단했다.
당국은 현재 이 지역에 계절성 돌풍인 산타아나 강풍이 불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림 소방국은 이날 오후 불길이 90분 만에 120㏊에서 485㏊로 확산했다고 전했다.
국립기상청은 벤투라 카운티와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전역에서 시속 105㎞ 바람이 관측됐으며, 일부 지역에선 최대 시속 137㎞에 달하는 돌풍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강풍이 예보됐다. 속도가 160㎞/h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건조한 기후도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일 이후 LA 다운타운에 내린 강수량은 4㎜에 불과하다. 샌디에이고 강수량은 3.5㎜에 그쳤다.
조너선 오브라이언 남캘리포니아 지리지역조정센터 기상학자는 X에 “바람만으로도 큰 문제지만, 건조한 조건과 결합하면 매우 드물고 극도로 높은 수준의 화재 환경이 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풍은 9일 저녁부터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소 9일까진 높은 수준의 화재 위험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LA에 머물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산불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요청에 따라 화재 관리 지원 보조금도 승인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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