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계엄을 놓고 위헌성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계엄 선포 요건 충족 여부와 절차를 두고 위헌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재 기자 없이 전속 영상팀만 둔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회는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며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밝혔다.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 계엄’으로 나뉘는데, 윤 대통령이 이날 선포한 비상 계엄은 ‘대통령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계업범에 명시돼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입법 독재와 검사 등 탄핵,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 등에 대해 ‘헌정질서를 짓밟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면서 계엄법상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계엄법 2조1항에서 ‘계엄의 요건’으로 우선규정하고 있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계엄 선포 절차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계엄법 2조 5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인 3일 오후 8시께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와무위원 등 참석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총리실은 한 총리 참석 여부 등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줄 게 없다”고 했다.
또 계엄법 4조 1항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으나 국회 측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전에 전달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법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게 돼 있는데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 계엄의 실질 조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 계엄 선포”라고 비판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나온 계엄 포고령도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행정부, 사업부, 언론에 관한 조치는 규정에 있지만 국회에 대해 조치할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이날 계엄사령부 포고령 1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헌법상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없는데도, 포고령을 통해 이를 금지한 건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