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성추행등 3400명 소방대 위기 시에 취임한 크로울리
소방용 물부족 LA시 의 예산 삭감과 수도 부실 탓 공개 비난
보수파에선 동성애 소방국장에 대한 비난과 차별 발언 쇄도
로스앤젤레스의 역대급 산불과 피해로 인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는 LA소방국의 첫 여성 소방국장 크리스틴 크로울리가 10일 LA시 당국자들을 공개적으로 작심 비난하고 나섰다.
크로울리 국장은 2022년 대원 3400명을 거느린 LA소방국에 만연한 성희롱과 괴롭힘, 각종 차별 행위로 위기에 처했던 당시에 전임 에릭 가세티 시장이 발탁해 임명한 인재다. 당시엔 어지러운 조직을 안정시킬 ‘안정제’란 칭송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3년 뒤인 지금 극심한 산불로 피해가 역대급에 이르면서 크로울리와 시청과의 관계는 최악에 이르렀다.
이번 산불 가운데 최악의 피해를 낸 팰리세이즈 일대에서 5000가구 이상이 전소 되는 사태는 시 역사상 최악이다.
이로 인해 시 당국과 지역 행정부 책임자들은 수세에 몰렸고 크로울리는 아직도 진화하지 못한 대형 산불이 타고 있는 와중에 카렌 바스 시장과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크로울리는 시 당국의 과도한 예산 삭감으로 지금 처럼 화재 신고가 빗발치는 시기에 소방관들이 제대로 자기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지난 10일 공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7일 팰리세이즈에서 소방수의 소화전 20%가 물이 나오지 않아 불길과 싸울 수 없었던 것을 예로 들면서 시청과 수도 당국의 책임을 추궁했다.
크로울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가가 아니라 일개 공무원일 뿐이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장으로서 나는 우리 소방대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기에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소화전 문제를 직격했다.
그런 발언들로 바스 시장과의 사이가 악화되는 데 대한 소문과 소방국장 직이 위태롭다는 추측이 난무하자 소방노조가 10일 일반 소방대원들을 향해서 크로울리 국장이 파면 당하지 않았다는 해명까지 발표해야 했다.
다음 날인 11일 캐런 배스 시장은 긴장을 완화할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우리의 공동 목표는 빨리 산불을 잡고 불길과 싸우며 인명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선은 산불 진화가 가장 중요한 의무이다. 나머지 우리 문제는 사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이 이 위기를 빨리 헤쳐나가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바스 시장은 강조했다.
그 후 며칠 동안 미 전국은 현 민주당 정부의 다양성, 차별 금지, 평등 정책이 미국의 첫 동성애자 첫 여성 국장을 소방대에 앉힌 것이며 과도한 짓이었다는 보수파들의 설전으로 시끄러워졌다.
크로울리는 압도적인 남성 세계인 미 소방대에서 뛰어난 여성 소방국장이자 동성애자로 구설수가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1998년 소방관 공채 시험에서 1만 6000명 가운데 50명 안에 들어 발탁되었을 정도로 모든 방면의 테스트에서 우수성을 인정 받은 인재다.
그런데도 NBC 방송의 메긴 켈리 쇼를 맡은 앵커 켈리는 방송 중에 ” LA 소방국장은 소방수 소화전의 물을 채우는 게 아니라 (성적 인종적) 다양성을 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런 사태는 미리 예방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로울리가 소방대의 다양성이나 차별금지에 몰두해서 산불 진화에 지장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소화전에 물이 마른 것은 로스앤젤레스시의 수도전력부의 책임이며 최근 이들 책임자들은 산불과 싸울 수 있는 수도 공급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부실 책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개빈 뉴섬 주지사가 도시 방화시스템 구축 실태에 대한 수사까지 지시한 마당에 크로울리 소방국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여론이 더 악화한 것이다.
크로울리는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 소방대원이 소화전에 다가 갔을 때에는 거기에 물이 있다는 기대를 하며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LA 소방위원 출신으로 필라델피아 시 사업국장을 맡고있는 애담 티엘은 국민들에게 산불관련 수사가 끝날 때까지 (소방관에 대한) 판단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날씨인데, 소방대원들이 날씨를 통제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그는 말했다.
그는 크로울리를 잘 알고 그녀의 경력도 안다면서 “소방 작전은 불길에 물을 끼얹는 과정이 기본이다. 소방대가 물을 구하지 못한 다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어떤 악천후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크로울리가 소방국장에 취임할 당시 여성 대원은 불과 3.5%였다. 게다가 설문 조사 결과 정식 여성대원의 거의 절반과 흑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출신의 40%는 차별과 성희롱이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답하고 있었다.
크로울리는 퇴직한 여성 소방관을 아내로 두고 있으며 2022년 취임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방국의 전 직원들이 앞으로는 안전하게, 제 목소리를 내면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과도한 예산 삭감을 당해 긴급 출동과 산불 진화 같은 큰 업무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크로울리는 소방대의 일반직 직원을 없앤 것과 시간외 업무 수당을 무려 700만 달러나 삭감한 것을 예로 들었다.
특히 산불이나 지진 같은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시간외 수당의 축소는 큰 문제가 된다. 항공 작전을 포함한 장시간, 장기간 진화와 구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일반 직원의 전면 해고로 소방대원이 아닌 기술자, 전문가들이 사라져 소방차와 진화용 항공기의 정비가 늦어지는 것도 크로울리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