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팟캐스터,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뉴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도 취재를 허용하기로 하며 백악관과 언론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오는 4월 예정된 백악관 기자 협회(WHCA) 주최 연례 만찬에 트럼프가 참석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가운데 흥을 올리기 위해 주최한 코미디 공연을 백악관의 항의로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초청한 코미디언 앰버 러핀(46)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정치적 풍자를 선보인 ‘반(反) 트럼프’ 코미디언으로, 그녀의 공연이 헤드라인을 장식할 예정이었다.
29일 BBC 방송에 따르면 WHCA는 4월 연례 만찬 프로그램의 일부로 예정된 여성 코미디언 앰버 러핀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WHCA는 소속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초점은 분열적인 정치가 아니며, 백악관 기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러핀의 코미디 공연 때문에 행사가 정치적 구설에 오르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 비서실의 테일러 부도위치 부실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WHCA가 밝힌 공연 취소 사유를 “책임 회피”라고 비판하며, WHCA의 성명에 대한 불만을 표명했다. 그는 러핀을 “혐오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비난했다.
WHCA 회장 유진 대니얼스는 러핀을 “현재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 이상적인 독특한 재능을 지닌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그녀를 헤드라이너로 발표했었다.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글솜씨를 갖춘 러핀은 2021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비판한 책을 펴내, 그해 뉴욕타임스(NYT) 선정 베스트 셀러로 뽑힌 바 있다.
이후 최근 몇 주간 해당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풍자해 왔다. 러핀이 작가로서 대본을 쓰는 NBC 방송의 심야 토크쇼는 멕시코만(灣)을 아메리카만(미국만)으로 개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벌어진 일들을 조롱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취임 후 백악관은 AP 통신 기자의 취재를 제한하는 등 조치로 언론과 불화를 연일 빚고 있다. 일각에서 러핀의 코미디 공연을 취소한 WHCA의 결정과 상관없이 트럼프는 4월 WHCA 주최 만찬에 불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