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인, 17일 저녁 출시…6달러서 75달러로 폭등 “대통령직 이용해 재산 축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취임을 앞둔 지난 17일 밈코인(유행성 코인)인 ‘트럼프 코인’을 깜짝 발행했다. 이후 단 사흘 만에 10배가량 폭등하며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이용해 재산을 축적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코인은 이날 오전 6시 40분께(한국 시간 19일 오후 8시 40분) 1개당 75.08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7일 저녁께 발행 당시 7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트럼프 코인은 단 사흘 만에 1000% 이상 급등한 것이다. 해당 코인의 시가총액은 한때 150억2000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코인은 직후 급락하며 이날 오후 8시 41분에는 49.87달러에 거래됐다. 해당 가격 기준 시총은 97억8000만 달러 수준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트럼프 코인 출시 소식을 알렸다. 당시 그는 “유일한 공식 트럼프 밈이 나왔다”며 “이제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을 축하할 시간”이라고 적었다.
해당 코인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총격에서 살아남으며 외쳤던 “싸워라(Fight)”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이 코인은 트럼프 당선인 소유 부동산개발업체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의 계열사 CIC 디지털과 CIC 공동 소유 기업인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Fight Fight Fight LLC)가 공동 발행한 것이다.
트럼프 코인은 암호화폐 시총 5위인 ‘솔라나’ 생태계를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현재 약 2억 개가 발행된 상태다. 발행사는 향후 3년 동안 8억 개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이들 기업이 트럼프 코인 공급량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CIC 디지털은 이미 트럼프 브랜드 스니커즈, 향수,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을 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700만 달러 이상의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의 밈코인 출시는 그가 지지자들의 열성을 악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수단이란 비판도 나온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닉 토마이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취임 몇 시간 전에 출시 시기를 잡는 것은 약탈적”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트펌프 집권 1기 당시 백악관 홍보국장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도 엑스에 “트럼프 밈코인 사건은 암호화폐 산업에 해롭다”며 “자신을 속이지 마라”고 썼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까지도 밈코인을 출시하자, 트럼프 일가가 암호화폐 산업을 가족의 축재(蓄財) 기회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엑스 계정에 “공식 멜라니아 밈이 출시됐다”며 해당 코인의 홈페이지 링크를 게시했다.
미국 선거법과 민주주의 문제 관련 비영리 윤리 단체인 캠페인 법률 센터 전무 이사 아다브 노티는 전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말 그대로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이 대통령의 사무실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에게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NYT도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이 그의 권력과 세계적 명성을 이용해 사익을 얻으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가족이 두 번째 임기 동안 전통적인 윤리적 경계를 굽히거나 위반하는 데 훨씬 덜 주저할 것이라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코인러들 한숨 돌렸다 트럼프도 코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