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
“나쁜 사람들에 대항해 더 열심히 싸워라.”
“힘을 보여줘라.”
경제적 불안·문화적 편견에 고통 받는 이들에게 효과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탓일까. 2021년 1월6일 미국에서는 전무후무한 의회 폭동이 일어난다. 그가 가진 말의 힘은 어디서 나오고, 사람들은 왜 정치인의 거짓말을 믿게 될까. 캐나다 대학의 한 교수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르셀 다네시 토론토대학 기호학·언어인류학 교수는 인지 언어학 관점에서 이를 분석했다.
다네시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론하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언어를 사용해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국가를 분열하고, 국민들의 사고에 혐오를 심기 위한 ‘공격적인 수사’를 활용한다고 봤다.
앞서 2016년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난민과 이주민을 ‘독'(毒)에 비유했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나치 오물’, ‘유대인의 수치’라며 비방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수차례 펼치다가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다네시 교수는 “역사를 통틀어 독재자의 연설에는 공통적으로 비인간적인 은유가 사용된다”며 “이는 타인에 대한 증오를 심는다”고 짚었다.
다네시 교수는 뇌가 혐오적 비유에 익숙해지면 실제로 더 큰 거짓말이나 음모론까지 믿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재자들이 대중의 마음을 조종하는 전제 조건은 대중이 경제적 불안정이나 문화적 편견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라고 꼽았다.
그에 따르면 뇌에는 두려움을 완화하는 자체 방어 체계가 내장돼있다. 역설적으로 공포감을 심는 언어나 거짓말은 코르티솔, 아드레날린과 같은 화학 물질을 생성해 방어 메커니즘을 활성화한다.
사실상 이같은 비유는 상위 인지 추론 중추를 우회해 현실에 근거가 없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거짓말이 옳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거짓말임을 인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음모론도 마찬가지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더 경직된 신경 경로를 갖게 되며, 이같은 사고 구조가 확립되면 상황에 의심을 품기 어려워진다.
다네시 교수는 “이러한 수사 사용은 대중의 사고와 신념에 영향을 미쳐 거짓말과 음모론을 확산할 수 있다”며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정권의 붕괴나 전쟁에서의 패배 등 충격적인 사건은 뇌를 재조정해 새 관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비판적인 사고가 개입되면 거짓말도 분명해질 수 있다”며 “독재자 등 모든 거짓말쟁이들은 결국 진실에 의해 패배했다는 것이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