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보인 훈풍이 오랫동안 불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높은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봤다. 매체는 “(미국) 행정부의 목표는 단순히 시계를 되돌려 두 정상이 긴장이 고조되기 전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던 시점으로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 장소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파이롤리 정원의 벽돌길 산책에 나서 가까운 모습을 연출했다.
참모진도, 통역도 대동하지 않은 두 정상은 느린 걸음으로 나란히 걸으며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발리 정상회담이 회담장에서 정형화된 방식으로 이뤄진 점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관계 개선의 신호다.
이번 회의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는 사실상 핫라인 수준의 접촉 재개는 중국과 ‘갈등 조절’의 측면에서 우선순위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양국 사이 우려되는 일이나 특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로 전화로 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두 국가 사이에 차이와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갈등을 적정 수준에서 조절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Mr. President, we have known each other for a long time.
We have not always agreed. But our meetings are always candid, straightforward, and useful.
Yesterday was no different.
Our nations may be in competition, but that doesn't mean we can't compete responsibly. pic.twitter.com/550epPY91b
— President Biden (@POTUS) November 16, 2023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갈등을 조절하려는 이유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이 화두가 될 수 있는 미국의 치열한 다음 해 대선 캠페인을 앞두고 두 정상이 직접 만나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컸다”면서 “이 때문에 회담에서 (중국과)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긴박감이 더 커졌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진이 중국과 관계를 ‘완화’를 지렛대로 재선 캠페인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충돌·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미국의 역량을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폴리티코의 지적도 이 같은 맥락과 통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로 칭한 것도 재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설파한 미국 대통령·민주당원으로서 그가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계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시 주석이 독재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는다면 대선 경주에서 큰 비판 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폴리티코는 “중국 지도자를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솔직한 평가는 더 냉랭해지는 두 강대국 사이 관계를 더 면밀히 반영하는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이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의 더 넓은 주제를 떠올리게 했다. 세계 무대는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이보다 더 큰 이해관계가 걸릴 수는 없다”고 짚었다.
전직 미국 정보 관료인 데니스 와일더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양국의) 이러한 관계에 방화벽을 설정했다”면서도 “이 긍정적인 순간의 취약성 탓에 작은 파열이라도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온화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회담 결과가 큰 진전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대만 문제와 수출통제·제재, 신장·티베트·홍콩 인권 문제 등에서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