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막판 부상 중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가 선거 막판 악재를 만났다. ‘막말’이 문제가 됐는데, 이번 대선 ‘필승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표심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27일 그야말로 성대하게 치러진 트럼프 캠프의 뉴욕 유세 현장에서 나왔다. 지지 연사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연설 중 돌연 푸에르토리코를 비하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당신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바다 한가운데에 떠다니는 쓰레기 섬(a floating island of garbage in the middle of the ocean)이 있다”라며 “푸에르토리코”라고 말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본토에 속한 주와 달리 대선 선거인단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5일 대선에서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나 트럼프 후보의 승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문제는 해당 발언이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의 표심과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북부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는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이번 대선의 핵심 경합주로 꼽힌다.
푸에르토리코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푸에르토리코계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뉴욕이다.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도시는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로, 주민 중 약 14만 명이 푸에르토리코계로 추산된다.
주 단위로 보자면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내에서 푸에르토리코 인구가 네 번째로 많다. 인구 약 3.8%, 유권자 47만여 명이 푸에르토리코계로 분류된다. 아울러 주 전체 유권자 중 60만 명이 라틴계라고 한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 간 득표 격차가 8만여 표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푸에르토리코계 또는 라틴계 민심 이반은 치명적이다. 이번 발언이 단순한 농담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힌치클리프는 이날 “라틴계는 아이 만들기를 좋아한다”, “체외사정이란 없다” 등의 발언도 했다. 이후 “공화당은 유머 감각이 좋다”라며 농담임을 강조하긴 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일단 트럼프 캠프는 해당 발언의 여파를 무마하려 성명을 발표했다. 대니얼 앨버레즈 트럼프 캠프 수석고문은 성명을 내고 이번 농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캠프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절대 사과하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논란을 무시하는 게 트럼프 후보의 기조”라며 “앨버레즈의 성명은 이런 관행을 깬 드문 사례로, (농담의 여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라고 했다.
반면 해리스 캠프는 이번 논란을 기민하게 이용 중이다. 캠프는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이를 “푸에르토리코는 가장 재능 있고 혁신적인 이들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해리스 후보의 영상과 이어 붙여 온라인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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