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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등 동맹인 캐나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가운데 열린 두 나라의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15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벨 센터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간 아이스하키 4개국 페이스오프 대회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 시작 전, 미국의 국가가 연주될 때 주최 측이 “모두를 통합하는 오늘, 이 좋은 경기를 위해 국가 연주를 존중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현지 홈팬들이 야유를 보내면서 이미 양국 간 갈등은 폭발 직전이었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각 국가 별로 선수가 한 명씩 결투를 알리며 장갑과 스틱 내던지고 맨손으로 주먹다짐을 시작했다.
경기 시작 9초 만에 싸움이 세 번 일어나면서, 싸움에 참여했던 각 국가의 선수 세 명씩 총 여섯 명의 선수가 퇴장을 당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양 국가의 경기는 결국 미국이 캐나다를 3대 1로 제압하면서 끝이 났다.
미국,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등 4개국이 참여한 이번 대회는 미국과 캐나다의 최상위 프로 아이스하키리그인 내셔널 하키 리그(NHL)의 올스타전을 대체하는 대회로, 4개 국가가 라운드 로빈 형태로 경기를 치른 후 성적 상위 두 팀이 단판 결승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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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부임 이후 관세 등으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의 불편한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현장이었다”며 “여기에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게 더 낫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양국 간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이스하키는 경기 중에 선수 간 싸움이 발생하면 결국 두 선수 모두 퇴장당하지만, 싸움이 합법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싸움이 발생하면 심판들이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정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다.
싸움에 임하는 두 선수는 장갑과 하키 스틱 등 손에 쥔 장비를 모두 내려놓고 맨손으로 싸워야 한다. 또 반드시 1대 1로만 싸워야 하며, 싸우던 사람이 넘어지거나 중심을 잃으면 심판들이 개입해 싸움을 멈추고 두 선수에게 퇴장 페널티를 준다.
전문가는 “이처럼 싸움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과거 아이스하키는 주먹다짐이 전혀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에 화가 쌓인 선수들이 하키 스틱 등으로 상대방을 쳐서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서 선수가 현장에서 바로 감정을 풀게끔 장비를 내려놓고 싸우는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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