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요 빅테크들의 주문을 휩쓸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70조3000억원)를 넘기며 엔비디아에 이어 반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올랐다. 압도적인 슈퍼을로 독주하고 있는 굳히고 있는 TSMC의 현재와 미래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너무 잘 나간다”…반독점 우려도 불거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TSMC이지만 최근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파운드리 독주가 지속되면서 미국 등 주요국에서 TSMC의 ‘반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TSMC에 대한 주요 빅테크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몰리자 지정학적 리스크와 과도하게 높은 제조 단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단위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전체 AI 시장이 안게 될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TSMC도 이를 의식한 듯 ‘파운드리 독점’ 이미지를 벗기 위한 차원의 전략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반독점 규제에서 자유로운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독점 리스크를 발판 삼아 대형 고객사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대만의 TSMC가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첨단 스마트폰 및 AI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2020년 이후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를 제조한 사실이 밝혀지면 미 상무부는 대중 수출 제재 위반으로 TSMC에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 접근 제한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애플 같은 미국 빅테크들도 TSMC에 첨단 반도체 위탁 제조를 맡기기 어려워진다.
이번 조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TSMC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하기 위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정부는 AI·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TSMC를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AI 업체들이 모두 TSMC라는 한 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대만에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높은 제조 단가도 미국 정부가 TSMC에 반독점 규제를 내릴 또 다른 근거로 꼽힌다. TSMC는 3분기 주력 공정인 3나노와 5나노에서 제조 단가를 최대 8% 인상하기로 했다. TSMC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TSMC가 독점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TSMC는 시장에서 반독점 우려가 확산하자 최근 파운드리와 패키징, 테스트 등을 포함한 ‘파운드리 2.0’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파운드리를 기본으로 하되 패키징, 테스트 영역까지 확장해 TSMC 점유율을 30% 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시장에서의 입지가) 커보이지만 TSMC는 지배적이지 않다. 반독점 우려 사항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가 TSMC의 반독점 리스크를 고객사 확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독점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유리한 제조 단가 등을 전략 무기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삼성이 받을 수혜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정부의 반독점 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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