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경제학자 출신 하비에르 밀레이(53) 하원의원이 당선됐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가 95% 진행된 가운데 ‘자유의 전진’ 소속 밀레이 후보는 55.8%, 마사 후보는 44.2%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초 박빙이 예상됐던 여론조사를 뒤집는 결과로, 현 격차가 이어질 경우 1983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대선 중 가장 큰 득표 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 후보인 현 경제장관이자 집권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 소속 세르히오 마사(51)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밀레이 후보는 자신을 ‘무정부 자본가’로 지칭하며 아르헨티나 통화를 달러로 바꾸고 정부 지출과 공공 보조금을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문화, 교육, 환경, 여성 등 부서 폐지도 공약으로 거론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폭파할 수 있다는 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낙태 금지와 총기 규제 완화도 제안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예로 들며 “사회주의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국가들만 아르헨티나 동맹으로 간주하겠다”는 발언도 했었다.
VIVA LA LIBERTAD CARAJO pic.twitter.com/p6bLdjnxx3
— Javier Milei (@JMilei) November 19, 2023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극우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밀레이 후보 지지를 표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밀레이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가 극우 정치 이념보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절박함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연간 140%대 높은 인플레이션과 40%대 빈곤율 등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급락했다.
마사 후보가 수십 년간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해 온 국가 개입과 복지 프로그램에 중점을 둔 포퓰리즘 운동인 페론주의 연합을 대표한 만큼, 이번 선거에서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사학 교수 겸 아르헨티나 주요 일간지 라나시온의 정치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마그니는 “일부는 말레이의 극단적 견해를 공유하겠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경제적 정치적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표출할 방법으로 밀레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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