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방사선 수치는 정상이라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발전소의 한 냉각탑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영상을 유포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늦게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지역 관리들은 이것이 러시아군의 도발이라고 주장하며 서방 동맹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자포리자 원전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니코폴의 군정책임자 예브헨 예브투셴코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냉각탑의 자동차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마치 화재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이것은 도발이거나 이전 저수지 오른쪽 강둑에 있는 정착민들에게 공황 상태를 조성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에서 “러시아 점령군이 발전소에 불을 질렀다”며 “러시아가 이 원자력발전소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서방의 긴장 고조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수반인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원전 인근에 위치한) 에네르고다르 마을을 포격한 결과,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 시스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텔레그램에 썼다.
발리츠키는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을 포격하고 화재를 일으켰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러한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양측은 이날 냉각탑 화재로 인한 자포리자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치는 급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방사능 수치는 정상 수준”이라고 언급했고, 러시아측 행정수반인 발리츠키 역시 원전 시설 주변의 ‘배경 방사선’이 정상이라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 발전소인 이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 있는 기상 관측소에서 상황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리츠키는 현재 자포리자 원전의 6개 원자로 모두 저온 정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증기 폭발이나 다른 영향으로 인한 위협은 없다”며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게시한 동영상에는 원전 냉각탑 중 한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붉은 불꽃이 바닥에 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자포리자 원전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남부를 가로지르는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드니프로 강의 동쪽 제방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원전 반대편인 서쪽 제방을 장악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이 원전을 고의로 포격했다고 거듭해서 비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중화기를 배치하는 등 원전 시설을 군사화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이 발전소를 통제하는 것은 일종의 핵 “협박”이라고 우크라이나는 주장하고 있다.
자포리자 지역에 직원을 파견하고 있는 IAEA는 무모한 군사 행동으로 인해 해당 발전소에서 중대한 원자력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듭해서 양측에 자제를 촉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