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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기민당 재집권…AfD 2위 올라 … 메르츠, 비난 감수하며 AfD와 협력도
독일 연방의회(Bundestag) 선거에서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약진하고 집권당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패배했다.
외신들은 최근 빈발한 이민자·난민 관련 테러 사건이 보수 우위 의회 재편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독일 여론조사 업체 ‘인프라테스트 디맵’이 총선 1개월 전인 지난달 27~2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지금보다 적은 수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유효한 입국 서류가 없는 이민 신청자를 국경에서 거부하는 데 찬성한 비율은 57%였다.
기민당이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총선 표심은 사민당 정권의 허술한 이민자 관리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AfD는 지난 총선의 2배에 가까운 20.8%의 득표율로 사민당을 누르고 원내 2당으로 올라섰다. AfD는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고 유럽연합(EU) 난민협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극우 AfD와 협력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민자 강력 대응 의제를 주도했다.
그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흉기를 휘둘러 2세 아동 등 2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이민 시도자들을 되돌려보내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해 AfD와 함께 통과시켰다.
이어 망명 자격이 불충분한 이민 시도자들에 대한 ‘가족 재결합 이민’을 중단하고, 망명심사 탈락자 추방 과정에서 연방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했으나 부결됐다.
AfD와의 협력에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우려를 표명하는 등 비판이 쇄도했으나, 메르츠 대표는 AfD와의 연정은 일축하면서도 “국경 검문을 영구적으로 재개하고 모든 불법 입국자는 거부돼야 한다”며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기민당은 총선에서도 불법 이민에 대응해 국경을 폐쇄하고, 추방 대기 이민자를 구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를 치렀다.
이와 달리 사민당은 유럽연합(EU) 난민법에 따르는 기존 이민 정책의 틀을 유지함으로써 노동력 부족 문제를 막되, 범죄자 추방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1월 기민당과 AfD의 ‘이민제한법’ 시도도 막아섰다.
앞서 지난달 22일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바이에른주 아샤펜부르크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졌다. 총선 직전인 지난 21일에도 시리아 출신 난민이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스페인 관광객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마그데부르크의 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의사가 차량으로 군중을 덮쳐 2세 아동을 포함한 6명이 사망하고 약 300명이 다쳤다. 2월 13일에는 뮌헨 도심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망명 신청자가 차량으로 군중에 돌진해 28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