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무차별 칼부림 사건에 ‘살인 예고’까지 겹친 가운데 경찰이 중무장한 기동대와 특공대를 투입해 질서 유지에 나선 주말 서울 번화가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5일 정오 뉴시스가 찾은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거리 한편에는 경찰 기동대 차량과 순찰차, 장갑차 1대가 서 있었다.
방검복을 입고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 기동대원들이 2인 1조로 강남역 바깥과 지하상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순찰을 돌았다.
소총을 들고 권총을 찬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SWAT) 전술요원들도 2인 1조로 지하상가를 순회했다.
토요일 한낮 점심을 먹으러 나온 행인들이 순찰하는 경찰관들의 옆을 바쁘게 스쳐 지나갔다.
대학 동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박모(25)씨는 “근처에서 저녁까지 놀다 갈 건데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돌아가려 한다”며 “원래 같으면 에어팟 끼고 노래를 듣는데 요즘은 좀 불안해서 꺼려진다”고 말했다.
실제 일행을 기다리는 시민들 사이에는 이어폰을 끼거나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간을 죽이는 경우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는 이들을 지켜보는 행인들이 섞여 있었다.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동료들과 차량을 유도하던 주차요원 강모(64)씨는 “경찰들이 더운 데 고생한다”며 “우린 서넛이서 일해서 걱정은 안 되는데 퇴근할 때는 아무래도 흉흉한 일이 많아 걱정된다”고 밝혔다.
강남역은 최근 인터넷에 잇따르는 ‘살인 예고 글’이 지목한 범행 표적 중 한 곳이다.
경찰청은 이날 14개 시·도 경찰청을 통해 전국 43곳에 경찰특공대 107명과 장갑차 11대를 배치했다.
특공대가 투입된 장소는 서울 강남·혜화·종로3가·잠실역, 부산 서면역, 경기 서현·판교·수원역, 동대구역, 대전역, 충남 천안아산역과 주요 공항으로 모두 살인 예고가 있었거나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경찰의 강화된 순찰을 반기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지하상가에서 옷 가게를 하는 권모(66)씨는 “바로 옆에 강남고속터미널에서도 사건이 있어서 불안하다”며 “경찰들이 순찰을 해주는 건 좋지만 오히려 범행을 유발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흉악범들에게 더 강한 처벌이 내려지면 좋겠다”며 “가뜩이나 폭염 때문에 사람들이 덜 다니는데 이러면 우리는 타격이 크다. 경기도 안 좋은데 힘든 일만 생긴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피의자 조선(33)의 묻지마 칼부림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피습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일어나 사상자 14명이 추가로 발생한 바 있다.
전날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하는 일도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흉기를 든 괴한이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3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전국 다중밀집지역 총 247곳에 경력 1만2000여명을 배치했다.
또 급박한 흉기난동 범죄 제압을 위해 테이저건은 물론 총기 등 정당한 물리력을 주저 없이 사용하고, 흉기소지 의심자나 이상행동자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검문검색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한편 윤 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역의 특별치안활동 현장점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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