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주의 21살 원주민(인디언) 여성이 지난 1월 임신 4개월의 아기를 유산한 것과 관련, 지난달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가 12일 보도했다.
브리트니 풀로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필로폰을 사용했다가 지난 1월 병원에서 남아를 유산했다. 숨진 태아의 뇌와 간에서 필로폰의 흔적이 발견돼 풀로는 1급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아 4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오클라호마주는 낙태를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어 그녀가 낙태를 했다면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따라 풀로의 변호인들은 항소할 계획이다. 징역형 판결에 격분한 사람들은도 임신 사실조차 모른 여성에게 살인죄를 씌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임신 중 약물 사용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 학대로 간주되는 만큼 처벌은 당연하다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풀로 사건을 놓고 팽팽히 맞서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상황을 여성이 출산의 도구로 전락한 것으로 묘사되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탈이상향(디스토피아) 소설 ‘하녀 이야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태아 시신을 검사한 검시관은 유전적 이상, 태반 손상 또는 필로폰 사용이 사인일 수 있다면서도, 태아의 사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여성의 자기선택권을 지지하는 임산부국가옹호단체(NAPW)의 다나 서스먼 사무차장은 “풀로 사건은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생각만큼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NAPW는 이러한 사례가 1973년부터 2020년까지 1600건, 지난 15년 동안에만 약 1200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체포된 여성 대다수는 유색인종이었다고 NAPW는 덧붙였다.
서스먼은 최근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마약으로 인한 유산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일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마약에 중독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지칭하는 ‘크랙 베이비'(crack baby)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데서 알 수 있듯 태아의 약물 노출은 미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됐다. 약물 사용은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여권 운동가들은 임신부들의 자기결정건을 빼앗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우려한다. 약물 사용이 태아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체포가 가능하다면 임신 중 술을 마시는 것이나 과속으로 운전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들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