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안전 보장 협정이 17일(현지시간) 자정 공식 종료된 가운데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N은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이날 글로벌 시장에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협정 결렬은 글로벌 식량 가격을 올리고 수백만 명을 굶주리게 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발표 직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2.7% 오른 부셸당 6.80달러, 옥수수 선물 가격은 0.94% 상승한 부셸당 5.11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밀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한지 한 달 만인 지난해 3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현재 그 때 대비 54% 하락했다. 옥수수 가격은 10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해 4월보다 37% 낮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왔다.
협정 종료로 식량난과 곡물가 상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비료 수출국이며, ‘세계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를 갖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 밀 수출국이었다. 세계 수출의 10%를 담당했다. 우크라이나는 보리, 옥수수, 유채씨유 3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해바라기씨유는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수출량의 46%를 차지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지난해 11월 이 협정이 중단되면 “기아 위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 협정이 글로벌 식량 가격을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면서 식량 불안이 악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참여 중단은 식량 불안을 악화하고 전 세계 수백만명의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비난했다.
지난주 IRC 동아프리카 지역 비상책임자는 “동아프리카 곡물의 80%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온다”면서 “이 지역 전역에서 5000만 명 이상이 기아에 직면해 있고 올해 식량 가격은 거의 40%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지난해 7월 유엔,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 3개 항구에서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3자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뒤 흑해를 장악하고 해상 수출길이 막히자 중동과 아프리카 저소득국가 등의 식량난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었다.
협정엔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을 용이하게 하도록 보장하는 내용도 있다. 서방은 러시아 곡물·비료를 직접 겨냥하진 않지만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수출 화물선 보험 제한, 관련 기업 해외자산 동결 등의 대러 제재가 사실상 수출을 제약했다.
그러나 대러 재제 완화는 없었고, 러시아는 여러 차례 항변했지만 끝내 관철되지 않자 협정 만료일인 이날 더 이상 연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정 핵심 목표인 ‘도움이 필요한 국가’에 곡물을 공급하는 것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비난도 했다. 이로써 협정은 1년 만에 중단됐다. 다만 러시아는 이후에도 요구가 관철될 경우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협정은 지난해 7월22일 120일을 기한으로 처음 체결된 이래 3번 연장됐다. 지난 1년여 동안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를 통해 3300만t의 곡물이 수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