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의 지정학적, 경제학적 패권을 차지하려는 경쟁을 벌이면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 문제 대응을 위해 동맹국 단합이 필요한 미국은 양국의 신경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가까운 사이였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6개월이 넘도록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과거 알 나흐얀 대통령을 ‘멘토’로 삼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예멘 분쟁 처리와 석유수출기구(OPEC)의 석유 가격 인상 과정 등을 거치며 사이가 크게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적 경쟁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계획에 따라 아랍에미리트에 입주해있는 기업들을 유치하려 노력 중이다. 관광 산업을 키우는 등 중동의 허브인 두바이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알 나흐얀 대통령은 지난해 말 개인적인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기름 가격과 관련해 사우디가 러시아와 가까이 지내고, UAE와 협의 없이 이란과 외교적 거래를 진행한 점도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2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몇몇 기자들을 모아놓고 비보도를 전제로 UAE가 “뒤통수를 쳤다”며 분노를 토로했다고 WSJ는 소개했다.
이후 알 나흐얀 대통령은 같은 달 사우디 주도로 열린 중동국가들 정상회의에 불참했고, 지난 5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1월 UAE에서 열린 아랍 정상들의 만남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빠졌다.
디나 에스핀디아리 국제위기그룹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선임 고문은 “빈 살만 왕세자가 알 나흐얀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원하면서 그들 사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양국 모두 외교 정책에 있어 자신만만하고 독단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중동 내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두 국가 지도자간 긴장관계가 걱정스럽다.
이란에 맞설 안보 동맹이 필요한데다 8년간 이어진 예멘 내전 종식, 이스라엘과 무슬림 국가들의 교류 확대 등을 위해서도 갈등 보다는 단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들 두 사람은 모두 핵심 인물이 되길 바라는 매우 야망에 찬 사람들”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협력하겠지만, 지금은 어느 쪽도 상대방이 같은 위치에 있는 것에 편안해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그들이 서로 대립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