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자신의 교과목을 수강하게 하고 A+학점을 준 대학교수가 학교로부터 받은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연세대학교 교수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2학기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딸에게 자신의 과목을 수강하라고 권유했고, 이 수업에서 딸은 A+ 학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딸과 함께 사는 자택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학기에 딸이 A+를 받은 과목은 A씨 강의를 포함해 2개 과목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교육부의 종합감사 과정에서 밝혀졌는데, 이에 연세대는 2020년 A씨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감사 결과 A씨는 10년간 보관 규정에도 불구하고 딸이 수강했던 2017년 2학기를 포함해 2018년 2학기까지 총 3학기에 대한 수강생들의 답안지 등 성적 산출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자료 미보관과 관련해 2018년 연구실 프린터 토너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서류 오염이 발생했고, 해당 규정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교원 역시 자녀의 강의 수강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징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징계처분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심은 A씨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A씨가 딸에게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게 한 것과 관련해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등 공정성 유지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고의가 아니더라도 성적 산출 자료 등을 보관하는 것은 사립학교의 중요 업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성적 평가에 대한 공정성 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성적 평가가 학생의 주요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학점이 장래 진로나 취직 등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 평가에 대한 공정성 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원고의 징계 사유는 비위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고 짚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원고가 자녀가 제출한 답안지 등을 폐기함으로써 실제로 자녀가 제출한 답안지에 기초해 점수가 부여됐는지, 의문스러운 정황은 없는지, 다른 학생이 제출한 답안지와 자녀의 답안지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도 검증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