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원 한 푼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검찰은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배임 혐의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7일 오전 10시30분부터 약 5시간째 이 대표를 특가법상 배임 혐의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별도의 티타임 없이 시작된 조사는 이 대표가 심야조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정 전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하면서 부지 용도 변경 및 임대주택 비율 변경(100%→10%) 등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를 통해 이 대표가 성남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앞서 SNS에 공개한 검찰 진술서 요약본 등을 통해 자연녹지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용도 상향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와 국토교통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1원 한 푼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한 점 부끄러움도 없으니 소환에 당당히 맞서겠다”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인허가 특혜가 제공된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인허가권자로서 결재한 게 확인됐기 때문에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남시가 이재명 성남시장 선대본부장 출신의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로부터 청탁을 받고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청탁 대가로 받은 금품이 이 대표에게까지 전달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특혜를 제공한 ‘동기’가 규명되지 않은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동기, 승인 및 결재한 과정과 관련해 이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청탁을 받고 고의적으로 (성남시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줬다면 업무상 배임이 된다. 1원의 사익도 추구한 적 없다는 이 대표 발언은 배임 법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이 개인적으로 사익을 취한 게 있으면 공무원으로서는 뇌물(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뇌물을 받았는지는 배임죄 적용에 고려 대상이 아니란 취지다. 이 대표가 이날 조사에서 30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만 제출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기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현동 개발 시행사 측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최근 재판에서 김 전 대표가 자신에게 요구한 2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몫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위해 질문지 약 250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약 30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