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커브로 신시내티 레즈 타선을 농락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자신의 커브에 만족감을 한껏 드러냈다.
류현진은 20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볼넷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9-2로 앞선 6회말 교체된 류현진은 토론토가 10-3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2승째(1패)를 수확했다. MLB 개인 통산 77승째다.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2.57에서 1.89로 끌어내렸다.
캐나다 언론 스포츠넷의 벤 니컬슨 스미스 기자에 따르면 류현진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오늘 던진 커브에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답했다.
류현진의 말대로 이날 커브가 가장 돋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부상 복귀 후 최다인 7개의 삼진을 뽑아냈는데 이중 커브를 결정구로 삼은 것이 3개였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조이 보토를 상대로 직구, 커터를 거푸 던진 후 시속 65.5마일(약 105.5㎞)에 불과한 낙차 큰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3회말 1사 1루에서 ‘괴물 신인’ 엘리 데 라 크루스를 삼진으로 처리할 때도 커브가 주효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번갈아 던지던 류현진은 몸쪽 낮은 곳으로 휘는 커브를 던져 데 라 크루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5회말 1사 1, 2루의 위기에서는 맷 매클레인에게 몸쪽 높은 커브를 뿌려 포수 파울 플라이를 이끌어냈다.
이어 데 라 크루스를 상대로는 체인지업과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낙차 큰 커브를 던졌다. 타이밍을 뺏긴 데 라 크루스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3구 삼진을 당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신시내티 타자들이 공격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카운트를 빠르게 잡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날 나의 등판의 키포인트였고, 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팀 타자들이 경기 초반 점수를 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도 류현진의 투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슈나이더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신시내티의 공격적인 성향을 이용해 호투했다. 정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구속이 떨어졌음에도 호투를 펼친 이유에 대해 슈나이더 감독은 “로케이션 덕분이다. 커브가 정말 좋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던졌다”며 “체인지업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홈런 두 방을 작렬하며 류현진의 ‘승리 도우미’로 나선 브랜던 벨트는 “류현진은 어떻게 던져야할지 아는 투수다.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어떤 변화구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류현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고, 빠르게 공을 던진다. 그의 뒤에서 경기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라고 추켜세웠다.